등이 굽은 물고기들
한강에 산다
등이 굽은 새끼들 낳고
숨막혀 헐떡이며 그래도
서울의 시궁창 떠나지 못한다
바다로 가지 않는다
떠나갈 수 없는 곳
그리고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곳
고향은 그런 곳인가

김광규(1941~)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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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굽은 물고기들이 등 굽은 새끼들을 낳고 숨막혀 헐떡이면서도 한강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빌어 사람 사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곳"은 앞의 진술과 모순되는 듯하지만, 환경이 파괴
되어 더 이상 옛날의 고향이 아님을 뜻하는 것으로 읽으면 될 것이다.

물론 이 시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고향에 대한 사랑과 미움일
터이지만 실제로 시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나라에 대한 그것일는지도 모른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