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기업공개에 관한 공청회가 13일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이근창 상장자문위원장의 주제발표내용을 중심으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등 참석자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당사자인 삼성 교보생명측은 자문위의 계약자 주식배분안이 "불법적"이라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청회는 첨예한 견해차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상장문제를 둘러싼 업계와 당국간 줄다리기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 상장자문위원회의 방안 =상장자문위원회는 삼성 교보생명을 상장할때
22~30% 상당의 지분을 계약자 몫으로 나눠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장안을 제시했다.

상장자문위는 자산재평가 적립금중 내부유보액을 어떤 형식으로 계약자에게
배분하느냐에 대해 위원들간에 의견이 엇갈리자 두가지 안을 냈다.

지난 90년 당시 자산재평가 차액중 회사에 남겨둔 내부유보금(삼성
8백78억원, 교보 6백64억원)을 계약자 몫으로 인정하고 이를 주식으로 배분
한다는 점에선 두 안이 같다.

제1안은 90년 자산재평가 당시의 총자본금(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
중 내부유보액의 비율만큼을 계약자 지분으로 제시했다.

이 경우 계약자지분은 삼성 30.2%, 교보 24.7%에 달한다.

제2안은 현행 상장규정에 따른 자본전입한도(3년전 자본금의 30% 이내)를
지키면서 내부유보금을 주식으로 나눠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과 교보의 계약자 지분은 각각 21.9%와 23.1%가 된다.

주식으로 바꿔 주지 않는 내부유보액은 현금으로 나눠 준다.

자문위는 이와함께 상장 직전에 부동산 등 고정자산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장부가와 차이가 나는 금액을 계약자에게 현금으로 배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가증권의 경우 싯가 평가되는 점을 감안해 곧바로 배당하지 않고
준비금 형태로 회사에 남겨 두도록 했다.

이밖에 유배당상품에서 나오는 이익배분 상한을 주주의 경우 현행 15%에서
10%로 5%포인트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교보생명 주장 =이날 공청회엔 삼성생명 박현문 이사, 교보생명
이만수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토론자로 참석해 자문위원회안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법적 검토결과까지 제시하며 현행법상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분하는 것은 주주가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미국의 하트포드사나 네이션와이드사가 공개당시 유배당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주식회사였으나 공개에 따른 이득을 계약자에게 주지
않고 전액 주주에게 줬다며 "공개시 계약자에게 주식을 배분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식배당은 주주의 고유권리인 주주배당의 일종이므로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제도와 주식회사의 기본원리 아래서는 계약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평가를 실시해 사내 유보금액이 있는 삼성 교보에 대해서만 계약자에게
주식을 배분토록 하고 그렇지 않은 생보사에 대해선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규칙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행 이익배분 기준상 주주지분(15%)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수준이라며 가격자유화시대에 맞게 보험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도 "법과 기본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내부유보금은 주주 몫도 계약자 몫도 아니다"며 "이 돈을
갑작스레 계약자를 위한 주식으로 바꾸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주를 공모할 때 계약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
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