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도덕성 붕괴와 인간성 상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자 죽이기"나 "맹목적인 유교 옹호"가 아닌 "종교"로서의 유교와 "학문"
으로서의 유학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9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에서 열린 동양철학연구회 20주년 기념 학술
대회에서 장현근 용인대교수(중국학)는 "현대세계와 유학의 행로"란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이제 학계는 맹자 중심의 심성론에서 벗어나 순자의 사회철학
으로 관심을 바꿔야 한다"며 "유학이 중심이 돼 자본.자유.민주주의로
대변되는 현대 세계체제에 주체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존 유학사상가들을 정치적 인간형으로 재조명함으로써 한국의
정치.사회적 담론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순자야말로 예를 최고의 정치이념으로 정립시킨 인물"이라며
순자에 의해 유학이 제2의 발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학이 제례와 의식위주의 종교적 색채로부터 벗어나 현대사회에
적합한 사회철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상 측면에서 순자의 학문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중농.가족중심주의.가부장을 병이라 규정하고 자본.자유.민주주의를
의사의 수술도구처럼 생각하는 것은 서구중심 사상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서양사상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유학의 병을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정성식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철학의 현황과 과제",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유학과 21세기" 등을 발표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