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라"

섬유업체들이 폴리에스터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생산라인을 아예 뜯어고쳐 다른 제품을 만들거나 공정을 추가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폴리에스터를 원자재로 쓰는 단열재도 개발해 생산중이다.

<>여전한 공급과잉 =지난 95년 이후 폴리에스터 설비투자가 급증, 생산물량
이 계속 늘어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95년 하루 2천8백43t에 불과했던 국내 화섬업체들의 폴리에스터 생산능력은
99년 8월말 현재 13개업체 4천6백21t으로 늘었다.

공급물량이 늘자 판매가격은 뚝 떨어졌다.

75데니아 기준으로 지난 95년말 파운드당 1.15달러였던 가격은 98년말
0.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업계의 공급과잉 해소노력과 대만지진 사태 여파로 0.65달러까지
올랐다.

<>수요처 개발 =새한은 지난달 "새스론"을 개발, 판매에 나섰다.

이 제품은 의류용 폴리에스터 원사로 만든 흡음단열재.

유독성 가스도 없고 암면이나 유리면으로 만든 기존제품보다 발암 가능성도
낮다.

SK케미칼은 올해초 생산을 시작한 폴리에스터 단열재 "스카이 비바"의
설비를 3천t에서 1만t까지 늘리기로 했다.

인천호프집 사고이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에스터 공급과잉도 해소하고 환경친화적 단열재에
몰리는 관심을 매출로 연결하려고 폴리에스터 단열재 생산에 나서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도 개조 =고합은 울산1단지 화섬공장의 폴리에스터 생산라인
4개를 세차례에 걸쳐 나일론 생산설비로 뜯어 고쳤다.

여기서 월 1천2백t 가량의 나일론이 생산되고 있다.

설비개조 배경은 생산원가는 비슷하지만 파운드당 50센트 비싸고 판매여건도
낫다는 점.

고합은 나일론 생산라인으로 교체해 폴리에스터 공급과잉을 줄이면서 연간
1백억원 이상 추가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효성도 지난달 폴리에스터 생산설비 일부를 나일론 라인으로 바꿨다.

폴리에스터의 계절적인 비수기(10월~다음해 3월)를 감안한 조치였다.

지금 이 라인에서는 어망용으로 쓰이는 나일론을 월2백t가량 생산하고 있다.

<>고부가가치화와 이색마케팅 =코오롱은 신합섬원사 개발로 폴리에스터
수급 불균형을 피해가고 있다.

신합섬은 기존 폴리에스터에 기능성을 부가한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변화와 관계없이 수요가 꾸준해 공급과잉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코오롱은 현재 신합섬이 40%대를 차지하고 있다.

고합도 천연모처럼 질감이 좋고 염색이 잘되는 폴리에스터 복합사인
"울맥스(ULMAX)"를 최근 개발, 월1백t씩 상업생산을 하고 있다.

효성은 에어로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지난해 전체
매출의 6%이던 차별화원사 비중을 올해 40%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원사업체로선 드물게 올해 패션디자이너 2명을 영입, 이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새로 개발한 원사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옷을 제작하고 이를 수요처에
보여주며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 덕택에 효성은 만성적인 적자였던 폴리에스터 부문에서 지난 9월부터
세전이익을 흑자로 돌릴 수 있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