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각료회의 결렬 소식에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각국 대표들은 사안의 중대성과 촉박한 시일로 인해 애초부터 회의 타결을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며 주최측을 질타했다.

<>.이번 회의에서 개도국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이들간에는 "각료선언에
서명하지 않는다"는 서명운동까지 일어났다.

3일 밤까지 회원국(1백35개국)의 절반이상이 이에 동조해 협상 결렬의
큰 원인중 하나가 됐다.

개도국들은 미국측을 집중 성토했다.

카타르 대표인 파디 마키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데 반해 공감대는 너무 부족했다. 회의 진행의 투명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공격했다.

개도국 대표들은 협상의 신속타결을 목적으로 주요 22개국만이 따로 협상한
"그린룸 옵션"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WTO 회의를 반대했던 인권단체와 생태주의자들은 각료회의 결렬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환호했다.

반 WTO 단체인 "행동주의 네트워크"의 줄리엣 벡 대변인은 "회의를 원점
으로 되돌려 놨다"며 "드라큘라를 햇볕속으로 끌어냈다"고 자축했다.

회담 주변의 분위기도 비정부기구(NGO)들을 개도국들과 더불어 이번 회담
의 최대 승자로 부추겼다.

NGO 대표들은 일부 폭력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항의시위가 "민주주의
와 지구촌 사람들 그리고 환경을 위해 놀라운 승리"를 일궈 냈다고 자평했다.

<>.농산물 수출국들의 모임인 케언스 그룹 의장(마크 바일 호주 무역장관)
은 "핵심분야인 농업부문에서 뉴라운드 출범을 합의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언스 그룹과 미국이 농업보조금 삭감에 대해 유럽측의 동의를
얻지 못해 회의가 결렬됐다는 지적으로 케인스 그룹에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슈뢰더 독일 총리는 4일 "시애틀 각료회담 결렬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면서도 이로 인해 다음 회담이 지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업계대표는 "미국의 선거가 회담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내
우려가 맞았다"며 이번 회담 결렬이 미국측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의 고노 외무상은 결렬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다룰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결렬의 의미를 과장해선 안된다"면서 "성급한
해결보다는 차라리 결렬이 낫다"고 말했다.

<>.바셰프스키 USTR 대표는 대체적인 반응이 주최측인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자 서둘러 "이번 결렬은 각국 대표단의 정치적 의지부족
때문"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회담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각국 대표들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휴식후에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회담결렬에 따른 패자로 가장 먼저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바셰프스키 USTR 대표를 꼽았다.

클린턴은 노동과 무역을 연계하자고 주장, 개도국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바셰프스키는 독단적인 회담진행으로 비난을 샀다.

그러나 미국의 고어 부통령은 평소대로 환경 노동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장, 대선 유세에서 얼굴을 세우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