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진 구성원들이 의식주 생활을 함께 하며 공동의
목표를 실현해 가는 집단.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는 그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담겨
있다.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는 관계에서 우러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 속에
있다.

도서출판 이채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이야기"(최민기 저, 9천원)는
진정한 가족애라는 주제를 드라마 대본 형식을 빌어 이야기한다.

방송 프리랜서로 활동해온 저자는 "익숙한 형식이어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데다 완급까지 조절할 수 있어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책은 모두 3개의 드라마로 이뤄져 있다.

세편 모두 흔히 결핍이나 결손으로 표현되는 가족들이 주인공이다.

제1장 "마지막 선물"은 시한부 인생 아버지와 시각장애인 딸의 눈물겨운
사랑을 그렸다.

방송국 PD인 현준은 아내를 잃은 후 눈먼 딸 예림을 홀로 키우고 있다.

만드는 드라마마다 최고의 인기를 얻지만 시청률만을 의식한 경박한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산다.

예림은 진짜 아버지 냄새가 나는 드라마를 만들라고 부탁한다.

딸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행을 계획하던 현준은 위암말기 판정을
받는다.

그는 예림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자신과 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자신의 눈을 딸에게 주고 세상을 떠난다.

제2장 "우리가 만난 이유"는 10년전 아들을 뺑소니사고로 잃은 주인공이
범인과 우연히 만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해 가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좇아간다.

마지막장 "미성년자 관람불가"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는 아픔을 지닌
여고생이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을 따뜻이 녹여냈다.

소설과는 확실히 읽는 느낌이 다르다.

책장을 넘기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자신만의 아름다운 영상이
그려진다.

여성학자 오숙희씨의 추천사대로 이 책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희망의
기록, 그래서 달콤하다기보다는 가슴 찡하고 벅찬 이야기"라고 해야 옳을
듯 싶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