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기세등등하게 출범했던 유로화가 시장에서 달러보다 가치가 낮아지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은 5가지 이유때문이다.

우선 출발점이 너무 높았다.

유로존의 경제력에 비해 유로화를 고평가시킨 상태에서 출범한 게
화근이었다.

유로당 1.1667달러로 출범한 유로화는 첫 거래일인 1월4일에만 1.1828달러
까지 올랐을 뿐 그후 줄곧 하강곡선을 그렸다.

게다가 올들어서도 미국경제는 고성장을 지속, 유럽과의 경제력 격차를
더욱 벌어지면서 유로화가치는 줄곧 떨어졌다.

둘째 유로존의 경제전망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향후 2년간 유로존의 성장률이 3%대로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국인 독일경제는 아직 불안하다.

또 유럽경기회복세가 경기순환차원의 반등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실망한 투자자금들이 유럽에서 이탈, 유로화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셋째 유럽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사냥(M&A)에 나섰던 것도 요인이다.

인수자금을 달러 등 외화로 바꿔(유로화매각,달러화매입) 해외로 갖고
나가는 바람에 유로가치는 떨어졌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M&A에 따른 유로화 매각액이 8백억유로나 된다고
도이체방크는 최근 밝혔다.

넷째 독일정부의 반 시장경제정책이다.

독일정부는 영국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이 자국 통신업체 만네스만을 적대적
M&A하려하자 딴지를 걸었다.

또 도산 직전에 몰린 건설업체 필립홀츠만에 구제금융을 줬다.

이는 기업구조조정을 후퇴시켜 결국 유럽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낳아 유로하락을 부채질했다.

다섯째 ECB의 미적지근한 태도다.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서 엔고를 저지하려는 일본정부의 단호한 태도와는
달리 ECB는 시장개입을 망설이고 있다.

불분명한 정책으로 인해 ECB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것이 유로화 약세로
연결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