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것은 얼마나
미세한 모습인가. 잔바람에 떠는
그의 가슴에 푸른 하늘이 숨어 있다.
배경으론 커다란 산 하나

스스로는 배경이 되지 않는, 저렇게
힘없는 것이 세상을 키우고 있다.

박찬(1948~) 시집 "화염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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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바람에 떠는 작은 물방울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푸른 하늘이 있고
커다란 산이 있다.

물방울은 스스로 산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하자면 이것이 이 시의 화두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식 사고와 일정한 커넥션을 가진 화두로 여겨지는데,
이 시의 미덕은 그런 내용보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에 크게 힘입고 있다.

제목이 전하는 일정한 메시지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