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명이대방록''
저자 : 황종희
역자 : 최병찰
출판사 : 홍익출판사
가격 : 7,000 원 ]

도서명 : ''반문화지향의 중국인''
저자 : 김문학
출판사 : 이채
가격 : 7,500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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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은 얼마나 다른가.

현자들의 가르침은 늘 빛났지만 현실 사회의 그늘은 없어지지 않았다.

3백년 전과 지금의 중국대륙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틈새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나온 "명이대방록"(황종희 저, 최병찰 역, 홍익출판사, 7천원)과
"반문화지향의 중국인"(김문학 저, 이채, 7천5백원).

이들 책은 고전의 지혜와 현대의 삶이 어떻게 맞물리고 어긋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명이대방록"은 역사의 격변기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
하는 한 현자의 철학이 담긴 책이다.

"명이"는 "밝음이 손상된다"는 의미로 명나라가 오랑캐에 의해 멸망위기에
이른 것을 빗댄 말.

"대방"은 때와 사람을 기다린다는 뜻을 품고 있다.

저자 황종희(1610~1695)는 명나라 말기~청나라 초기의 3대 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중국의 루소"로 불리는 그는 언젠가 현명한 군주가 경세제민책을 구할 것에
대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명나라 재건과 한족의 복권을 준비하며 위기속의 국가경영법과 제왕학,
군신론, 경세치용론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뒷날 청말 혁명의 원동력이 됐고 한 때 금서로 묶이기까지 했다.

그의 철학은 한마디로 실사구시와 민본사상으로 요약된다.

그는 실질적인 치용을 중시했다.

공담을 배척하며 실천을 소중히 여겼다.

덕을 닦는 행위를 심학의 근본으로 삼았다.

그는 몰락 직전의 봉건 전제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왕과 신하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민본.귀민사상을 강조했다.

"옛날에는 천하 사람들이 주인이었고 군주는 지나가는 나그네였다. 그러나
지금은 군주가 주인이고 천하는 오히려 나그네가 되고 말았다"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백성이 주인되는 "민본주의"가 정치사상의
핵심이다.

그의 민주군객론은 신하에게도 적용된다.

"군주에게 나아가 벼슬을 하되 천하를 위해 하지 않으면 그는 군주의
노예요, 천하를 위해 일하면 군주의 스승이나 벗이 될 것이다"

그는 인재를 등용할 때도 "선발은 관대하고 여유있게 하되 임용은 엄격하게
하라"고 말한다.

그의 경세사상은 중농주의에서 상업과 공업중심의 산업구조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동전과 지폐의 유통을 늘리자는 등의 재정경제론과 합법조세론을
주창했다.

토지관리와 병역제도까지 개혁하자고 촉구했다.

그의 이념은 각종 제도개혁의 밑바탕이 되었으며 경제정책에도 실질적인
효과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의 가르침과 숱한 현인들의 교훈이 오늘의 중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역설적이다.

조선족 출신 중국 인류학자 김학문(37)씨의 "반문화 지향의 중국인"은
20세기말의 중국현실을 비추는 문화비평서다.

그는 중국 동국사범대학을 나와 지난 91년 아시아 최우수 성적으로 일본
니이지마 장학금을 받고 유학, 현재 히로시마대학 대학원에서 인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한.중.일 3국의 문화를 두루 접한 그의 시각은 예리하면서도 차분하고
분석적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문명대국이면서도 최대 문맹국인 중국의 겉껍질을 하나씩
벗겨낸다.

그의 칼날에 의해 드러나는 양파껍질의 한 가운데에는 반문화 지향성이라는
독소가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중국이지만 저변에는
문명을 천시하고 문화를 억압하는 반문화 지향성이 하나의 전통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국민병을 기만병, 도둑병, 대동병, 노예병, 보수병, 유치병,
사심병, 실리병의 8대 증상으로 진단한다.

그래서 "용의 나라에 용은 없다"고 단언한다.

겉으로는 문치, 덕치의 유교이념을 강조하면서도 숱한 문자옥으로 지식과
지식인을 탄압한 나라.

의식 있는 사람들도 자기 몸 보전하는데만 몰두하는 나라.

그는 13억 인구중 8억이 글자도 모른 채 대대손손 천자의 명을 하늘처럼
여기고 순종하며 살아온 "아Q"들이라고 부른다.

한묶음의 젓가락같고 서비스정신도 없는 "연극사회"의 비극을 뼈아프게
지적한다.

문화대혁명의 피바람이 지나간 지 반세기도 되지 않아 그토록 경멸하던
자본주의식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람들에게 대국다운 만만디 정신이나
유교의 예의.도덕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말끝마다 욕설을 달고 다니고 일도 대충대충 해치우며 틈만나면
아무나 붙잡고 드잡이를 하는 게 실제 중국인의 모습이라고 침을 놓는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