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종필 총리의 조기 당복귀 선언은 두가지 현실을 고려한 결정인
듯하다.

하나는 내년 총선에 대비,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자민련을 서둘러 재건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또다른 이유는 여권이 개각을 통해 경색된 정국 분위기를 쇄신시켜 내년초
신당 출범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의 짐을 조기에 덜어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사실 자민련은 내각제유보 결정 이후 김용환 의원이 독자 노선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내분에 시달리면서 당 지지도는 급락했다.

현 상태로 총선에 나설 경우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당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따라 김 총리는 당에 조기 복귀해 내분을 직접 추스리는 한편 "신보수
대연합"을 진두 지휘해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이 그동안 전국을 돌며 신보수토론회를 개최하고 별도로 한나라당
이한동 전부총재 등 보수 색채가 짙은 정치인들을 만난 것도 이런 전략과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자민련 김현욱 사무총장은 "김 명예총재가 총리의 짐을 벗게됨에
따라 정치인으로서의 활동범위가 더 넓어지게 됐다"며 당세확장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박태준 총재도 "총리직을 맡을 생각은 전혀없다. 김 총리가 복귀하면 총재직
도 맡아야 한다"고 말해 김 총리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한편 김 총리의 조기사퇴는 김 대통령을 배려한 흔적이 짙다.

청와대가 "옷로비" 파문과 관련,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한 지금 조기 개각도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듯
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어차피 정치일정은 앞당겨질 것으로
예정된 만큼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여권은 현 정권의 핵심인물들이 잇달아 각종 의혹사건에 연루되어
불신이 확산되고 있어 조기 개각으로 민심을 수습하고 꼬인 정국을 풀어가야
하는 입장에 몰려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필리핀 방문중인 29일 교민들과 만나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 상황을 설명하며 "모든게 나의 잘못이다"고 말하며 정국타개를 선언한
것도 김 총리의 이런 결정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때문에 자민련과 청와대측은 김 총리의 이런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청와대측은 "최근 정치상황을 보면 차라리 더 낫게됐다"며 김 총리의 결단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자민련도 김 총리의 진두지휘에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김 총리의 당복귀는 신보수 대연합의 모양을 조기에 갖추고 정국에 새로운
역학관계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 김형배 기자 kh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