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해외채권 값은 얼마냐.

대우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채권의 가치를 높여 잡으려는 해외
채권단과 기업개선계획 수준의 가치만 인정하려는 정부측간의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돼 법정관리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채권단은 일단 (주)대우 등 주력사의 기업개선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관계자는 "다음주초 대우자문기관인 언스트영로부터 영문실사 보고서를
받아본 뒤 적절한 채무조정이 이뤄졌는지 평가할 수 있으나 (주)대우 등
주력사의 자산을 과소평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HSBC(홍콩상하이) 체이스맨해튼 도쿄미쓰비시 등 채권단운영위원들은
다음주초에 방한해 오는 30일께 대우센터빌딩에서 6개 국내 전담은행 임원
및 기업구조조정위원회,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 등과 협상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국내채권단은 우선 기업개선계획을 수용하도록 요청하고 해외채권의
가치를 계산해 현금이나 성업공사 등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바꿔 주는 대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나 채권단은 전문가가 계산한 현재가치를 특혜시비나 형평성 시비를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할인율이나 출자전환이 많이 이뤄졌을 가능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계산하면 해외채권의 가치는 10억달러안팎으로 추산된다.

대우그룹 총해외빚의 53%(27억달러)를 지고 있는 (주)대우의 경우
21조5천3백억원의 무담보채권중 18조7천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금리를 우대금리보다 약간 낮게 조정했다.

이는 무담보채권자가 대략 "원금의 13%+알파"를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자동차(해외빚 15억달러)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채권은 (주)대우 채권
보다 가치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전환사채같은 시장물 19억달러를 뺀 대우해외채권 51억달러의
가치는 "+알파"를 후하게 잡아도 원금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 채권단
이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할 경우 해외채권단은 거의 챙길게 없다.

해외채권단은 그러나 이런 계산법 자체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해 갖는 주식의 가치를 영으로 볼 수 없고 회사가치를 지나치게
낮춰 잡아 빚을 너무 깎아 준다는 주장이다.

해외채권단은 특히 대우를 법정관리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국내채권단을 계속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알파"를 키울 경우 특혜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고 법정관리로
직행할 경우 고용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해외채권단은 많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 버티지만 너무 욕심을 내다간 법정
관리로 가 한푼도 못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이런 긴장관계가 유지되는한 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허귀식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