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외국인 의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는 오르고 외국인이 팔면 떨어진다.

기관들은 30분마다 전해지는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따라 투자판단을 한다.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시장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국인들의 시장주도 현상은 최근들어 더욱 심화됐다.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20일까지 20억달러의 주식투자자금을 순유입했다.

증시가 개방된 이래 월간 단위로 최대 규모다.

대우사태이후 투신등 기관투자가들이 "실탄"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외국인들의 파워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거래비중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유 및 매매비중으로 볼때 외국인은 조막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주식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마치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양상이다.

한편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83포인트 떨어진 974.05에 마감됐다.

코스닥시장은 강세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52포인트 상승한 224.98을 기록, 사상 최고치
(11월11일 225.41)에 바짝 다가섰다.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전날보다 0.24%포인트 오른 연 9.93%를 기록,
지난 9월30일(9.95%) 이후 가장 높았다.

<> 외제장세 현황 =지난 17일 종합주가지수의 일교차는 무려 56.45포인트
나 됐다.

전장 초반만 해도 전날보다 16.37포인트나 오른 1,024.09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후장들어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소식으로 주가는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 40.08포인트나 떨어진 967.64에 거래가 마감됐다.

다음날에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후장 중반까지 외국인이 2백억원어치 가량의 순매도를 보이면서 주가는
한때 34.03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런데 후장 마감을 30분가량 앞두고 외국인이 소폭의 순매수로 돌아서자
주가는 급반등해 2.55포인트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끝났다.

외국인은 지난 97년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동안 1조9천4백7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에따라 종합주가지수는 98년8월9일 760.04에서 97년12월2일 376.87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IMF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98년초와 98년9월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은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들어 외국인의 주가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했던 지난 1~4월중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백95.68포인트
(35.1%)나 올랐다.

반면 외국인이 월평균 1조5천억원 이상 순매도했던 7~9월에는 한때
1,052포인트까지 올랐던 주가가 80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0월28일부터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사자에 나서면서 불과 16일(거래일
기준)만에 1백99.69포인트(25.2%)나 폭등했다.

11월중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20억달러를 넘어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1월중에 1천6백43억원어치의 순매수를 보여
주가폭등을 이끌고 있다.

<> 외국인 영향력이 절대적인 이유 =외제주가가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뚜렷한 투자원칙이다.

김지민 현대증권 금융.선물공학팀장은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시스템에 의한
운용이 기본원칙"이라며 "매수한다고 결정하면 주가흐름에 영향받지 않고
목표금액까지 사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과감하게 손절매(loss-cut)를 한다"
고 밝혔다.

둘째 시장분석능력이다.

정진호 액츠투자자문 사장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전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어 국내투자가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도 "모건스탠리증권이 지난해말부터 한국주식에
대해 적극 매수를 추천한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리서치 때문
이었다"고 밝혔다.

셋째 국내기관과 개인들의 "사대주의"다.

이남우 삼성증권 이사는 "똑같은 얘기도 국내 애널리스트가 말하면 긴가민가
하다가도 외국증권사가 자료를 내면 그대로 믿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로이터통신이 D증권의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미확인
보도로 인해 D증권이 하한가까지 떨어졌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외국인은 이런 세가지 요소를 오밀조밀하게 "조직화"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대책은 없나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가 1백%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에 의해 주식시장이 좌지우지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외국인 자금중에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핫머니가 포함돼 있어 국내경제상황과
달리 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정진호 사장)이다.

외국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투자행태를 변화
시키고 리서치능력을 강화해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춘수 대한투자신탁 주식운용3팀장은 "주식형수익증권에 맡기는 돈이
대부분 단기여서 펀드매니저들이 소신을 갖고 주식투자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김영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국제적인
자금흐름이나 해외기업의 실적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외국인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기관들의 리서치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우 현대투자신탁운용 수석펀드매니저는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와
매매비중이 외국인의 3배를 넘는다"며 "리서치를 강화하고 투자행태를 변화
시킴으로써 기관의 독립선언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