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지(10일) 열흘이 지났다.
그러나 예상했던 자금대이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요즘 시중자금은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먹이감을 찾기위해 독수리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일부에선 이를두고 "시중자금이 눈치를 보고 있다"(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돈이 놀고 있다"(투신사 관계자)는 해석을 하고 있다.
시중자금중 일부는 코스닥 등 증권시장으로 움직이기도 해 앞으로 증시활황
여부에 따라 한바탕 이동행렬을 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계에선 22일~23일 예정된 한국가스공사의 공모주 청약에 약 10조원
가량의 부동자금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많아졌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돈굴리기가 한층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 1백조원 부동자금, 기회만 닿으면 움직인다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은
약1백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우사태가 터지자 이들 자금은 "투신에서 은행권"으로 대이동을 벌였다.
그러나 우려했던 금융대란설이 가시자 이같은 패턴에 다소의 변화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으로의 자금유입이 주춤해진 반면 일부 주식관련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물론 이같은 경향이 아직 본격화된 단계는 아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 3대 투신이 1조원목표로 팔고 있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유입규모가 1천5백여억원에 그치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11월들어 2조6천억원 늘었지만 이 가운데 60% 가량은 기존
주식을 판 대금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MMF도 신상품이 나왔지만 빠져 나가는 돈이 많아 전체 예금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공모주 청약등에는 거액의 뭉칫돈들이 몰려다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주 핸디소프트 등 4개사, 이번주 로커스 등 14개사의 코스닥 공모에는
수천억원의 자금이 움직였다.
증권전문가들은 22일부터 있을 한국가스공사의 공모에는 10조원 가량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가스공사의 공모금액은 9천9백억원.
경쟁률은 족히 50대 1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 금융기관들도 눈치보기에 동참 =시중자금은 요즘 갈수록 초단기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기관들도 한 몫하고 있다.
LG투신운용 최원녕 과장은 "은행들은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탓에, 투신사들은 환매자금 비축을 위해서라도 자금을
짧게 굴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투신사들의 단기유동성은 유래없이 풍부하다.
투신사들은 통상 수탁고의 5~10% 가량을 콜 CP(기업어음) 등 단기유동
자산으로 굴린다.
최근에는 20%로까지 높아졌다.
환매대비용으로 자금을 준비했으나 환매가 대규모로 일어나지 않자 짧게
짧게 굴려가고 있는 것이다.
장기로 투자하기엔 자금이 묶이는데다 금리상승 가능성도 있어 적기가
아니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종금사의 경우 환금성이 좋은 CD(양도성예금증서) 등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돈을 쓰려는 곳이 있지만 리스크프리미엄 때문에 빌려줄 수
없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CD의 수익률은 연 7% 정도지만 대출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주식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일부 보험사는 운용자산의 30% 가량을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김성민 채권시장팀장은 "단기수신이 많아진 탓에 금융기관들이
자산운용에 심각한 애로를 겪는 것 같다"며 "개인들이 돈을 굴리는데 힘겨워
하는 것과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