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SK엔론사가 실질적
인 지주회사로 탄생했다.

동양그룹과 한진그룹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고 5대
그룹도 곧 추진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지주회사설립이 러시를 이룰 전망
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SK그룹과 미국계 회사인 엔론사가 공동설립한
SK엔론이 법적으로 지주회사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18일 밝혔다.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공정거래법
에서는 계열사에 출자한 자산이 총자산의 50% 이상이면 지주회사로 신고토록
하고 있다.

신설회사가 아닌 기존 업체가 지주회사로 되는 경우 공정위가 지난 사업연도
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지주회사 자격을 심사한다.

이 때문에 SK엔론은 이미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기능을 갖췄지만 법적으로
지주회사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99년 재무제표가 나오는 내년 3월 이후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SK엔론이 내년 4월께 지주회사 설립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개의 도시가스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SK엔론은 4천6백40억원의 총자산중
자회사에 출자한 자산이 약 2천9백억원으로 절반이 넘어 지주회사에 해당
된다.

이 회사는 구미도시가스와 청주도시가스 포항도시가스의 지분을 1백% 보유
하고 있다.

대한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SK가스에 대한 지분도 계속 늘려가고 있는데
현재까지 지분율이 각각 36-45%에 달한다.

내년에는 SK엔론에 이어 동양그룹과 한진그룹도 각각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지주회사 설립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동양그룹은 연내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 계열 금융회사들을 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동양시멘트가 동양종합금융 주식 5백70여만주(지분율 10.9%)를 우선 출자
하는 방식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뒤 동양증권 동양생명보험
동양오리온투자신탁 동양카드 동양캐피탈(옛 동양파이낸스) 등 6개 회사를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또 동양창업투자와 동양선물은 각각 동양종금과 동양증권의 자회사로 유지
할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투자증권 한불종합금융 동양화재해상보험 등 3개 금융계열사
를 내년 상반기까지 계열에서 분리한뒤 이들 회사를 지배하는 별도의 금융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이미 계열분리를 추진해온 한진증권과 한불종금을 연내 분리
하고 2000년 6월말까지 동양화재에 대한 그룹분리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이 금융지주회사는 대주주및 계열사간 지분교환을 통해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4남인 조정호 한진증권 부회장이 소유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주회사설립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대해 김병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내년부터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소득 이중과세문제가 해결되고
지주회사에 대한 주식현물출자시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미루기로 하는 등
관련 세법이 개정된 영향이 크다"며 "지주회사 설립이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예상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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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지주회사

지주회사는 다른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경영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SK엔론처럼 다른 사업은 하지 않고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서 계열사 임원
선임에 간여하는 등 지배만을 하는 회사가 순수지주회사.

반면 다른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계열사를 거느리는 경우를 사업지주
회사라고 부른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력집중을 우려해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다가 올해
4월1일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이를 허용했다.

계열회사 주식이 총자산의 50%이상인 경우 지주회사에 해당된다.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1백%를 넘어서는 안되고 자회사 각각에 대한 지분율
도 50%이상(상장사는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또 채무보증을 완전 해소해야 하며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를 동시에 자회사
로 가질수 없도록 돼있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설립이 허용된 뒤에도 설립조건이 까다롭고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있다며 지주회사설립을 기피해 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