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서정시인"

석조각가 전뢰진씨를 이렇게들 부른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삶의 포용력과 인간적 따스함이 배어나온다.

거칠거칠한 화강암이나 차디찬 대리석도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생명의 조각품"으로 바뀐다.

작품주제도 가족 모녀 남매 사랑등 가족구성원간의 정서적 연대나 인간적
애정을 다뤄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늘 "천진난만하다"느니 "동심의 세계같다"느니 하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인물상을 다룬 작품들은 직접 불교적 소재를 형상화하지는 않지만
관음보살상 같은 불성과 부드러움을 느끼게한다.

그는 곧잘 구도의 길을 걷는 성직자로 비유되기도 한다.

평소 말이 없는데다 정과 망치만을 갖고 하루에도 수천번씩 돌에다 망치질을
해대기때문이다.

한 동료작가는 그를 "벙어리 반평생 귀머거리 반평생으로 지내온 무던한 분"
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80년대 설악산 흔들바위에서 착안해 제작한 "봄" "발레" "나들이" 등
흔들리는 조각품과 부산태종대 자살바위위에 설치, 투신자를 없앴다는
"모자상" 등은 그의 대표작들이다.

그의 고희기념전이 23일부터 30일까지 인천 경인여자대학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강관욱 유영교 고정수 한진섭 등 국내조각계에서 중진작가
로 우뚝선 제자들의 작품도 함께 나온다.

출품작은 "아침" "평화/엄마와 삼남매" "평화창조" 등 전씨의 작품15점을
포함해 모두 30점이다.

전씨의 칠순은 지난해.

그러나 지난해에는 경인여대 교정에 진열돼 있는 "낙원가족"을 제작하던 중
이어서 고희전을 부득이 올해로 연기하게 된 것.

현재 경인여대 교정에는 전씨작품뿐 아니라 전씨의 제자와 구상조각가의
대가 윤영지 최종태 민복진씨등의 작품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전시장소를 경인여대로 정한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경인여대의 김길자학장은 "전선생님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서로
어울려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주로 담고 있다"며 "서양조각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적 정서를 지닌 그의 작품전을 경인여대에서 갖게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전씨는 한국조각계의 태두인 윤호중씨의 제자다.

56년 홍익대 미술대 조각과를 졸업한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석조각분야
에 발을 들여놓은후 지금껏 돌을 다듬어왔다.

그는 요즘도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자택 작업실에서 새벽5시에 일어나 오후
8시30분까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가 지난 40여년간 빚은 작품수는 3백50여점.

1년에 평균 8~9점을 제작한 셈이다.

그는 요즘도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자택 작업실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오후
8시 30분까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냈다.

(032)540-0114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