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를 위해 접점을 모색했던 여야가 다시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12일 총무회담을 갖고 <>언론문건 국정조사 <>정형근 의원 처리
<>예결특위 위원장 선임 <>선거법 등 정치개혁협상 재개 등 4대 쟁점을 놓고
절충을 벌였으나 모든 현안에서 의견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에따라 국민회의는 15일부터 여당 단독으로 예산국회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확정했으며 한나라당은 오는 19일 대구집회를 강행키로 해 파행국회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이날 회담에서 국민회의는 선거법의 여야합의 처리를 약속하며 "국회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에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여야는 특히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처리건을 둘러싸고 상당한 시각차를
노출, 양측간 의견 접근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회의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데는 어떠한 조건도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처리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예결특위 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원칙도 확고히 했다.

이날 총무회담에 앞서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총재단 회의에선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15일부터 예산관련
상임위원회를 모두 가동, 예산안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당론도
정했다.

2000년 예산안 처리시한이 12월2일로 다가옴에 따라 여당 단독으로 예산
심의에 우선 착수, 야당의 국회출석을 유도하자는 전략이다.

정 의원 처리와 관련, 박상천 총무는 "검찰조사에 국회가 일일이 관여할 수
있느냐"고 말해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제출여부는 전적으로 검찰과 사법부
관련사항임을 명백히 했다.

여야 총무가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 총무는 또 "선거법 및 정치관계 현안은 11월말까지 여야가 정치개혁특위
에서 협상처리한다는 표현으로 야당과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합의처리를 약속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말도
안된다"며 일축했다.

다만 언론문건 국정조사 범위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 "언론문건
과 관련된 모든 사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박 총무는 이어 "새로 구성할 인권특위의 위원장직을 야당에 내줄 수 있다"
며 "15일까지 총무접촉을 시도하겠다"고 말해 막판 절충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이영일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대구집회를 의식, "한나라당의 장외집회는
지역감정을 이용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 최명수 기자 may@ked.co.kr >

<> 한나라당 =선거법을 날치기 처리하지 않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
없이는 어떠한 여야대화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형근 의원에 대한 처리와 예결위원장 문제는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국민회의 총재단 회의의 결과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대신 야당은 19일 대구, 하순 서울에서 여는 장외집회를 통해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부영 총무는 "여권은 "한사람"에 의해 이끌리고 있으므로 반드시 국민회의
총재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처리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만일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낸다면
모든 것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다면 국정조사와 선거구제등 정치개혁입법에
대해서는 "성의껏 논의할 수 있다"며 절충 가능성을 남겼다.

야당은 장외집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순봉 총장은 "지난해에도 장외집회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집회가 계속
열리자 여권에서 굴복하지 않았냐"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구나 이번 대구집회는 비주류 중진인 김윤환 고문측이 제안한 것이어서
당내 화합과 내년 총선을 위해서도 당력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이날 법사 행자 국방 정보위등 4개 상임위 간사들을
소집,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등 원내외투쟁을 병행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