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산업디자인진흥대회에서
"정보와 지식이 사회발전의 핵심역할을 하게 되는 21세기에는 문화적 감각의
디자인이 세계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우리 디자인 수준은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며 "나머지 30%를 따라 잡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며 정부도 지원
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서 김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다.

-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 :정부가 디자인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매년 한차례 대통령이 디자인대회를 주재하면 이 분야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이희평 벨금속공업 대표 :손톱깎이 세트를 디자인해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 등 후진국이 만든 손톱깎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회사들이 최근 우리의 디자인을 모방해 헐값에 팔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

- 김명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디자인 산업의 기초부터 튼튼히 다져나가야
한다.

정부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 김 대통령 :디자인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독일을 방문했을때 그 나라 사람들은 조깅화를 만드는데도 평지 산지
아스팔트용을 따로 만들어 비싸게 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탈리아는 같은 천으로 옷을 만들지만, 디자인을 예쁘게 해 비싸게 팔고
있다.

부산에 갔을때 부산 상공인들에게 사람들이 신을 신고 사는데, 왜 신발산업
을 사양산업이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저임금으로 싼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시대는 지났다.

일류제품을 만들면 경쟁력이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 디자인 분야에선 두가지가 중요하다.

얼마만큼 제품을 싸게 만드느냐, 얼마만큼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 동대문시장에서는 매일 수십, 수백개의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

소품종 다량생산시대는 가고, 다품종 소량시대가 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줄 수 없다.

국산품을 애용해야 하지만, 경쟁력 없는 제품까지 살아남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짐이다.

자동차도 디자인이 좋으면 30%가 더 팔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자인은 우리의 특색있는 문화전통과 연결되는 국적있는 제품이
돼야 한다.

우리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제품이 돼야 한다.

(디자인이 경쟁력의 원천) 정보와 지식이 중심되는 21세기에는 문화적
감각의 디자인이 세계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지식전통이 강한 우리 민족은 21세기 지식기반 시대에 유리하다.

(해동불교와 조선유학등 민족의 문화창조력 흡수재생산 능력을 설명)
우리 디자인 수준은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이 정도는 평가받을만 하다.

나머지 30%를 따라 잡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건의에 대한 답변) 디자인 대회를 매년 개최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는데,
잘해서 1등품을 만들면 1년에 두세번도 하겠다.

디자인 기초투자는 지극히 당연하며 산.학.연 3자 협력이 잘돼야 한다.

기업은 연구소 대학 등의 기술 아이디어를 지원받고 대가를 지불, 인센티브
가 있는 3자 협력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도시환경 디자인문제) 아름다운 도시는 중요하다.

도시를 보존하더라도 손볼 곳은 손봐야 한다.

주문자 생산에서 고유브랜드로, 유행 추종에서 유행 창조로 변해야 한다.

브랜드 값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은 세계에서 60개인데, 이중 아시아는
일본만 3개이며 우리는 하나도 없다.

앞으로 경제는 정유 조선 등 중화학 중심이 아니라 정보 첨단산업 중심이
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쓰는 일용품은 디자인이 성패를 좌우한다.

디자인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 달라.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