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BRD)이 한국의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급하지도 않은 자금을 고금리에 빌려 가도록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1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IBRD가 최근 성업공사 및 예금보험공사의
기금확충용으로 3억달러 정도의 차관을 추가인출해갈 것을 제의해와 협상을
진행중이다.

IBRD측이 차관제공 제의는 대출관계가 있어야 구조조정문제 등을 두고
한국과 정책협의 채널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당초 정책협의를 조건으로 IBRD로부터 1백억달러를 대출받기로
했으나 지난 5월까지 70억달러를 인출한 이후 추가로 대출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그러나 IBRD측이 이번에 제시하고 있는 차관의 금리가 리보
(런던은행간 금리)+4%인 특별구조조정차관(SSAL)이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이 빌려온 구조조정차관(SAL)의 금리(리보+0.75%)에
비해 3.25%포인트나 높은 고금리다.

재경부 관계자는 "달러가 넘쳐 원화절상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국제금융
시장에서 리보+1.3% 정도의 금리로 얼마든지 돈을 빌려올 수 있는 상황
이어서 굳이 고금리로 자금을 빌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IBRD 실무진도 처음에는 구조조정차관을 전제로 협의를 시작했다가
이사회의 일부 국가들이 브라질 등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자
특별구조조정 차관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문제를 두고 최근에는 미국의 재무부와 국무부도 서로 이견은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아프리카 국가 등 저금리 자금지원이 필요한 빈곤국이
많고 <>IBRD의 자금사정도 넉넉치 않다는 점을 들어 한국에 고금리자금을
제공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 재무부는 아직은 한국의 구조조정에 IBRD가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남아 있다는 판단아래 금리를 낮춰서라도 돈을 빌려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