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젊은 가수들의 댄스뮤직이 최근 도쿄의 대형콘서트홀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주일 한국대사는 한국과 일본업체가 공동으로 벌이는 대형 "한국페어"의
홍보전단에까지 등장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과거청산선언과 문화개방등으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민방TV인 TBS의 대형콘서트홀 아카사카 브리츠에서는 최근 "서울에서
온 슈퍼스타 99"라는 타이틀의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문화원 개원 20주년과 문화개방 1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대성황이었다.

1천9백여명의 관객이 운집,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입장을 못해 돌아간 사람도 수두룩했다.

저녁7시 15분부터 8시40분까지 한시간반에 걸쳐 진행된 이날 공연장은 흥분
의 도가니였다.

엄정화 클론 박미경 원타임이 한국의 강렬한 댄스뮤직을 선보였다.

이들의 음악과 율동에 맞춰 관객들이 몸을 흔들어댔다.

나이와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한모습이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엄정화의 "포이즌"등을 따라 열창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한국측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창환씨가 데뷔시킨 오사카출신
4인조 댄스보컬그룹 "컬러"도 찬조출연을 했다.

한 일본인관객은 "한국가수들의 노래는 마음깊은 곳에서 나온다"고 평가
하기도 했다.

한일 두나라 가수들은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한일문화개방의 촉매역을 맡기로 작정한 것이다.

김종문 한국문화원 원장은 "이번행사로 대중문화 진출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매출 2조3천억엔(98년) 규모로 일본슈퍼업계 3위인 자스코의
최근 광고전단에는 김석규 주일 한국대사의 얼굴이 실렸다.

한국의 대상이 자스코와 공동으로 전개한 "코리아페어"를 홍보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는 "고문화의 전승과 근대화의 나라 한국"이라는 타이틀로 인사말을 했다.

"자스코의 코리아페어를 통해 일본인 여러분들이 한국과 한국식문화를
접촉하고 만족을 얻으시리라 믿습니다. 한국은 정말 가까운 이웃나라입니다
..."

대사의 기업 세일즈지원은 일본 서민들을 직접 상대한 것이었다.

대형유통업체가 전국매장에서 일제히 한국식품을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런 협력체제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댄스뮤직이 일본에서 공연된 것도 물론 처음이다.

문화쪽에서도 서로 친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가까운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