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저 멀리
떠나가리라
먼먼 어느 곳
낯선 땅에서

사랑을 생각하듯
별을 보리라

별을 우러르듯
사랑을 꿈꾸리라

허영자(1938~) 시집 "빈 들판을 걸어가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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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은 "높새가 불면/...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슬프고 고요한/길손이
되오리"라고 노래했지만, 가을이 되면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
비단 이 시인만이 아니리라.

낯선 땅에 가서 별을 보고 사랑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곧 황홀한 슬픔이
아니고 무엇이랴.

가을, 낯선 땅, 별, 사랑.

이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네개의 이미지를 정갈하게 엮어 놓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시가 되고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