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달러당 1천2백원대를 유지하던 원화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달들어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미리 원화를 사들이는
외국투기자본의 움직임도 이같은 추세에 한 몫하고 있다.

이에대해 외환당국은 최근의 급속한 원화가치 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5일에도 원화가치가 1천1백80원대로 떨어지자 외환당국은 강력한 개입의사
를 밝히기도 했다.

<> 원화가치 왜 오르나 =무엇보다도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자본이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부터 외국인들이 하루에 2-3억달러씩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이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되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우사태 해결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외국인들
이 주식 순매수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역외시장(NDF)에서 달러매도 원화매수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NDF에서 하루에 1억-2억달러씩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거래가 일어났다.

시중은행 딜러는 "외국투자자본의 움직임을 보면 뭔가 우리나라에 대형
호재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금융계에서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
등급 상향조정을 위해 오는 12일 방한하는 것을 호재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실사에서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될 것으로 전망한 외국자본이 환차익을
노리기 위해 미리 원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NDF에서는 대부분 1-3개월짜리 단기매매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원화가치 얼마까지 오를까 =당분간은 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달러공급이 많아져서 일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수급대책과 환율방어책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밝히고 있어 큰 폭의 원화가치 상승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동빈 산업은행 딜러는 "단기적으로는 1천1백80원이 지지선이 될 것"
이라며 "1천1백80원과 1천2백원 사이에서 움직이는 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더 상승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지만 그렇게 급등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측이다.

배진수 신한은행 과장도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라 외환시장이 움직일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 추세로 볼때는 1천1백7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
이 있다"고 내다봤다.

<> 장기적 전망 =정부는 기본적으로 외채상환을 위해서는 무역흑자기조를
계속 유지해 달러를 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원화가치 상승은 정부 입장에서 달가운 일이 아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직 엔달러 환율이 1백5엔대로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당국은 이날 외환시장에 최근의 원화가치 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인을 잇따라 내보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가치 움직임은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며 "적절한 시장수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대우사태 등에 따라 은행권이 해외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연말까지 25억달러 가량 쌓아야 하는데도 이같은 수요요인은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국책은행을 통한 정책적 매수 외에도 시중은행의 달러
수요요인을 부각시켜 원화가치의 추가상승을 막을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이 현실화되면 연말께 원화가치는 1천2백원대를 다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이후에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긴축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외국자본의 유입속도도 갈수록 둔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관들은 내년 원화가치 전망을 상반기 1천1백70원, 하반기
1천2백10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