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반출한 국정원 문건에 대한 의혹이 날로 강해
지면서 "이 부총재 책임론"이 정치권에 급부상하고 있다.

"반출 서류중 정치 문건은 없었다"는 당초 이 부총재의 주장과는 달리
"총풍" "세풍" 등은 물론 차기 대권을 겨냥, 내년 총선 후보에 대한 리스트도
갖고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 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이 부총재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허가를 받아 문건을 반출했다"는 이 부총재의 주장을
정면 부인한데다 국민회의도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며 보호막을
거둬 "언론문건대책" 파문이 이 부총재 문책론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국정원은 3일 이종찬 부총재가 문건 반출시 천용택 국정원장의 양해를 얻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이 지난 1일 밤 이 부총재 사무실에서 문건을 급히 회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총재는 천용택 현 원장의 취임전 국정원장직을
퇴임했기 때문에 반출 문건에 대한 사전 양해가 있을리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날 문건 반출과 관련,"책임을 물을 정도의 문제는 없다"며 사건
조기진화성 발표를 했다.

검찰측도 이날 이부총재의 소환불응과 관련, "제 3의 장소에서 만나 수사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이 부총재의 요구를 거부하고 재차 소환에 응해줄 것을
요청해 이 부총재를 궁지로 몰아 넣었다.

이와관련 국민회의측도 "이 문제는 이 부총재가 알아서 처리할 사안이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화갑 사무총장이 이 부총재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부인하는 등 파문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국민회의 내부에는 "진상을 있는 대로 밝히고 누구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언론대책문건 파문은 한나라당의 언론매수 공작의 일환임에
틀림없으나 이 부총재의 불법 문건유출로 당 입장만 곤란하게 됐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한 이른바 구주류측은 신주류측인 이 부총재에 대한
불만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1일 김무성 의원을 통해 "국정원이 언론 책자를 만들었다"
고 폭로한데 이어 4일 부산집회에서 또다른 사실을 공개, "현 정권이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 시킨후 이 부총재의 구속을 강하게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언론대책문건"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실체를 밝히는 작업보다는
이 부총재의 사법처리 여부에 보다 큰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