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체 대표들이 주요 경제단체장 자리를 휩쓸고 있다.

2일 김각중 경방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대행이 되면서 섬유업체
대표가 단체장을 맡은 기관이 3곳으로 늘어났다.

김각중 회장 대행의 전경련, 전방 김창성 명예회장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삼양사 김상하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등이다.

경방은 국내 최초 면방직회사인 경성방직의 바뀐 이름.

지난 70년 개명했고 90년대 들어선 백화점과 케이블TV 등으로 사업을 확장,
7개의 계열사가 있다.

전방 역시 일제시대 김용주 회장이 설립한 면방회사인 전남방직의 후신.

김창성 명예회장은 지난 97년부터 경총 회장을 맡아 왔다.

대한상의 김상하 회장의 삼양사도 폴리에스터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학섬유 업체.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8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의 회장을 맡아왔다.

김각중 회장과 김창성 회장은 선친에 이어 경제단체장을 맡은 부자단체장이
됐다.

방직업이 산업을 주도하던 60,70년대 김용완 회장과 김용주 회장은 각각
전경련과 경총 회장을 지냈었다.

김각중 회장과 김상하 회장은 사촌간이다.

김성수 선생의 남동생인 김연수 선생(작고)의 아들이 김상하 회장이며
김성수 선생의 막내 여동생인 김점효 여사(작고)의 아들이 김각중 회장이다.

김각중 회장 입장에선 김상하 회장이 외사촌, 김상하 회장으로선 김각중
회장이 고종사촌이 된다.

섬유업체 대표들의 약진에 대한 재계의 시선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의 대표인 만큼 원로로서 재계 입장을
두루 수렴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보기 힘든 섬유업종에서 단체장이
속속 배출된다는 점에서 서운함을 표명하는 시선도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재계 원로들이 단체장을 맡아 구심점 역할을 해 줄
것"이라면서도 "대기업 개혁이 거세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력산업
대표들이 경제단체장을 기피하는 바람에 이런 현상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