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거듭나게 만든다"

주물산업은 철을 녹여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액체 상태의 선철이나 고철을 녹여 모래형틀에 부어 굳힌 뒤 가공과정을
거친다.

맨홀 뚜껑에서부터 하수관 빗물받이통 가스기기 헬스기구 등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제품들이 모두 주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정이 단순한데다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워낙 다종다양해 쓰임새가 매우
넓다.

인천국제공항 배후단지로 떠오르고 있는 인천시 서구 경서동 381 일대는
국내 유일의 주물공단이다.

정식 명칭은 서부공단이지만 지난 83년부터 17년째 국내 주물산업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어 그냥 "주물공단"으로 불린다.

전국적으로도 공단형태의 주물단지는 따로 없다.

단지 전체 넓이는 8만6백여평.

44개 업체, 1천2백70명의 근로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1천1백7억여원.

하지만 IMF로 인한 부도가 잇따르던 지난해에도 이곳 주물업체들은 한곳도
예외없이 삭풍을 견뎌냈다.

업체당 평균 20년 가까운 연륜을 자랑하며 내실경영에 치중해온 탓이다.

광희주물제작소 등 가업을 잇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쓰러진 회사는 없었다고 해도 IMF 불황의 유탄까지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주물업체들은 지난해의 매출부진과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올초부터
가동률을 최대로 유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생산원가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게 원자재 공동구매사업.업체 공동으로 1백15억여원어치의 선철 등
원자재를 싸게 구입해 원가를 크게 줄였다.

또 전산실도 설치, 회원사들이 공동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회계와 노무관리를
자동으로 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내년 3월에 준공되는 폐주물사(처리하고 남은 쇠와 모래 찌꺼기)
처리공장도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한달 평균 4천t 이상의 폐주물사가 발생, 막대한
산업폐기물 처리비용을 물어야 했으나 공장이 들어서면 이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곳 업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이다.

우리의 주물기술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수준이어서 결국 활로는 전문화,
고급화밖에 없다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더불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해외시장 개척이다.

업체들은 최근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부품산업전에 참가하는 등 수출증대에
나서기 시작해 지난해의 경우 2백만달러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허경욱 협동조합이사장은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해 산.학협동화 사업에
나서는 등 기술개발과 전문화에 힘을 기울이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기초산업이 튼튼해야 하는 만큼 정부차원에서의 주물산업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물공단의 근로자들은 하루 종일 뜨거운 불과 살아야 한다.

3D업종이라 젊은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근로자들은 공단과 인천시내를 연결하는 버스노선의 확충을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지금은 시내버스 한대만이, 그것도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하는 열악한
실정이다.

<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