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투신권의 구조조정이 증시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투신(운용)사와 증권사별로 대우채권의 손실에 대한 분담률을
정하는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조기정상화를 3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을 투입한 뒤 코스닥시장에 등록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

투신구조조정이 워낙 시급하고 공적자금이 회수를 전제로 하는 것인만큼
코스닥등록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투신의 코스닥 등록에 따르는 문제가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코스닥시장의 성격상 투신의 등록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직접금융의 기회를 제공키위해 만들어졌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것도 중소 벤처기업의 육성을 통해
경제기반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두번째는 물량 압박이다.

감자->증자형식의 공적자금투입->코스닥등록의 절차를 밟게될 한투 대투등
대형 투신사의 자본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직 정확히 알수는 없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규모로 볼 때 3조원가량의 물량이 코스닥 시장에 신규
공급될 전망이다.

게다가 다른 투신(운용)사들도 대주주의 증자대금 회수를 위해 잇따라
등록을 추진할게 뻔하다.

증시가 활황을 지속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야기돼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은 지금도 심각한 물량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연말까지 1백50여개 기업이 등록을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모물량만 1조원에 달한다.

공급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코스닥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맥락에서 대형 투신사의 코스닥 등록을 당분간
유보하든지 아니면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한투 대투 등은 코스닥에 등록시키지않고 해외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해외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등록시기를 순차적으로 조절하거나 대주주지분
매각을 일정기간 제한해 물량압박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태철 기자 synerg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