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가건물 화재참사는 "탐욕의 산물"로 드러났다.

불이난 건물은 최소한의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아 화재발생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기에다 돈에 눈먼 업주들이 불법영업을 하다 사고를 냈다.

학교나 교육청이 생활지도만 제대로 벌였더라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기성세대의 탐욕과 감독자의 관리태만이 몰고온 비극이었다.

<> 부실한 건물 구조 =지난 85년 준공된 이 건물엔 주통로 외에
피난계단이나 탈출구가 없었다.

준공당시 건축법엔 비상구도 지상 5층이나 지하2층이상 건물에만 설치하게
돼 있어 이 건물엔 적용되지 않았다.

두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불길과 연기를 인도하는 닥트
역할을 해 오갈데 없는 피해자들이 죽음의 연기를 들이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화재 사각지대에 놓인 건물이었다.

여기에다 영업장 곳곳에는 합성수지로 된 장식벽과 시설물들이 즐비했다.

불이 날 경우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는 화학공장이나 다름 없었다.

사망자가 몰린 2층 라이브호프는 바깥쪽 유리창이 두꺼운 통유리여서
깨지지도 않았다.

특히 지하 노래방은 보수공사를 벌이면서 공사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천정에 설치된 확산소화기를 떼어 내 버렸다.

초기에 막을 수 있었던 기회마저 놓칠 수 밖에 없었다.

<> 무허가 영업 =고등학생들의 떼죽음을 부른 2층 라이브호프는 지난달 19일
무허가 영업으로 경찰에 적발돼 22일 폐쇄명령을 받고도 장사를 계속했다.

그러나 경찰과 구청 어느 곳에서도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일부 생존자들은 불길과 연기가 올라와 청소년들이 우왕좌왕하자 라이브호프
업주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사실이 탄로날까봐 문을 잠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 학생지도 부실 =이번 사고로 중고생들에 대한 생활지도에 구멍이 나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에 인천시내 34개 중.고교 1백5명의 학생들이 술을 마시다 변을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 인천 시내 전체 82개교중 30개교의 학생 96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당했다.

중학생도 2학년생 4명을 포함해 4개교 9명이나 피해를 당했다.

학교별 사상자는 인천여상이 10명(사망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보산업고
9명(1명) <>광성고 8명(4명) <>경인여상 8명(4명) <>계산공고 6명(2명) 등이
었다.

대부분이 고고 1~2학년이었으며 피해자 가운데 여학생이 절반 가까이 됐다.

학교나 교육청이 생활지도나 유흥업소 점검만 제대로 햇더라도 대형 인명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인천시 교육청은 1일 오전 뒤늦게 전체 교장회의를 소집하고 유흥업소 밀집
지역 등 청소년 위해지역 순회 등을 통한 생활지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했다.

<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