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선 사장 약력 ]

<> 50년 서울 출생
<>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
<>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철학박사
<> 샘표식품 미주지사장 기획실장 전무
<> 한국능률협회 이사(현)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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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만 해도 "보~고는 몰라요"로 시작하는 샘표간장 CM송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30대는 다릅니다. 20대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요. 이런 까닭에
젊은이들에게 "샘표"를 알리는 일이 우리에겐 아주 중요합니다"

장류업 외길을 걸어 온 샘표식품의 "제2창업"을 주도하고 있는 박진선(49)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 사장은 연.고전이 열렸던 이달초 직원들과 함께 신촌에 나가 음식을
만들어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나눠 줬다.

식품업계에서조차 "마케팅과는 담을 쌓았다"는 평을 들어왔던 샘표식품
으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샘표식품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라면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박승복 회장의 장남이자 샘표식품 창업자인 고 박규회씨의 장손.

그러니까 3세 경영인이다.

그는 2년전 사장자리에 오른 뒤 팔을 걷어붙이고 "제2창업"과 사업다각화에
매달렸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경영권 다툼에 휘말려 뜻을 펼치지 못했다.

금년 초에야 숙부인 박승재 전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제2창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박 사장은 우선 판매조직을 강화했다.

영업인력을 대폭 보강했고 마케팅 부서를 신설했다.

"샘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샘표는 그동안 좋은 제품을 만들줄만 알았지 마케팅이나 인지도, 회사
이미지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자인했다.

아울러 "이 바람에 소비자들에겐 보수적인 기업으로만 알려졌다"면서
"앞으로 회사가 보다 젊게 보이도록 체질을 바꾸고 스타일을 변화시키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이 추진하는 "제2창업"의 1단계 목표는 샘표식품을 장류 중심의 종합
식품업체로 키우는 것.

그 일환으로 조선간장을 비롯 잊혀져 가는 전통 장류를 되살리고 또 간장
된장 고추장을 원료로 사용하는 한식요리 소스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어 비 장류제품의 판매비중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샘표는 지금도 국수 통조림 국산차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내년 봄까지 창동공장의 간장 생산라인을 이천공장
으로 옮기고 장류 이외의 식품류를 생산할 공장 건설에도 나설 생각"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현 공장부지는 매각하거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예정이다.

2단계 목표는 엔터테인먼트산업 진출이다.

그는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면 생활의 질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어 관련산업
이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래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전자산업을 발판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식품분야가 정돈되는대로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참여하기 위한 발판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지금도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회사의 주력인 장류사업이다.

그래서 박 사장은 금요일 밤마다 퇴계로에 있는 요리학원에 나가 한식요리를
배운다.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간장 된장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요리할 줄 모른다면 우스운
일"이라면서 "앞으로는 요리를 잘 하거나 요리사 자격증을 따야만 승진시켜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