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차 매각협상의 주도권을 대우 경영진으로부터 넘겨받기로
함에 따라 대우차 처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의 판단은 대우와 GM간의 협상이 경영권 문제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채권단이 기존 경영진을 배제한채 GM과 직접 협상을 벌여 매각
시기를 앞당기겠다는게 이번 결정의 골자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 변경에도 대우차 매각협상이 급류를 탈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GM의 관심은 무엇보다 부채재조정 등 인수조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 정부 및 채권단 입장 =채권단이 협상의 주도권을 넘겨 받기로 한 것은
GM이 예상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우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GM이 보다 좋은 조건에 대우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적극적
인 의사를 표명해 왔다"며 "협상 진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 경영진들이 경영권 유지에 급급해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채권단이 협상의 주도권을 갖는 것이
제값에 대우차를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가 GM과 배타적(exclusive) 협상을 벌이기로
의향서를 체결해 협상이 불리하다"며 "채권단이 협상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다른 업체들도 대우 인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GM만을 놓고 협상을 벌일게 아니라 다른 해외업체는 물론 국내업체들도
대우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게 채권단 생각이다.

궁극적으로 기아 처리와 마찬가지로 국제공개경쟁입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주장처럼 절대 헐값 매각 만큼은 않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입찰을 통해서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면 당분간 채권단이
회사를 운영하고 정상화뒤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대우 입장 =대우는 채권단이 GM과의 협상을 주도한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GM과의 협상은 대우가 계속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태구 대우자동차 사장은 20일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발언이 나오기 직전
일본 도쿄모터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된다해도
대우가 GM과의 협상을 계속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GM이 경영권을 원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GM은 경영권을 갖지
않고 지분참여한 예는 거의 없으며 경영권을 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고 말해 협상의 핵심이 경영권 유지와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대우 관계자는 "정부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제야 GM의
실사가 마무리단계에 있다"며 "대우가 경영권 유지에 매달려 협상을 지연
시키고 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하는 11월 6일 이후 GM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안다"며 "대우차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기존
경영진들이 협상을 직접 벌이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채권단 주도 협상에 대한 우려 =채권단이 GM과 직접 협상에 나서기로
하자 산업자원부 등 정부 일부와 학계는 산업적 시각이 제외된 협상은 곤란
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이 그동안 외자유치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산업적 시각이 배제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자동차
산업과 같이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은 단순한 자본 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
하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주우진 교수(경영학)는 "대우차 매각은 외국기업이 인수했을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산업적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며 "따라서
산업은행이 협상을 주도한다 해도 산업의 흐름을 완벽히 판단한뒤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