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은 방송가에 오락물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IMF한파로 위축됐던 시절이 언제였냐는 듯 싶을 정도다.

MBC는 지난 1일 "컨츄리 꼬꼬의 드림 드림 드림"이란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일정한 절차를 통해 선정된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에 파묻혀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상인, 시합에서 이기고 싶다는 노장
권투선수가 소원을 "성취"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대리
만족감을 느끼는 재미와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게 기획의도다.

이 프로그램은 특이하게도 교양제작국에서 제작했다.

다큐멘터리같은 교양물이 아닌 오락물 제작에 뛰어난 능력이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컨츄리..."는 곧 정식으로 방송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교양제작국이 "본업"으로 제작해온 교양프로그램
"한국 1백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는 가을개편과 함께 막을 내린다.

당초 연말까지 방송키로 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앞당겨 종영된다.

SBS도 최근 시사고발프로그램 "추적!사건과 사람들"을 폐지했다.

그자리에는 토크쇼 "이홍렬쇼"가 다시 들어섰다.

과거 "이홍렬쇼"가 방송되던 시간대엔 현재 "김혜수의 플러스유"가 포진하고
있다.

"김혜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오락물.

그리하여 "이홍렬쇼"는 원래의 자리 대신 무거운 시사를 다루던 "추적!..."
을 밀어내고 들어서게 됐다.

방송3사의 가을 개편에서도 오락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스타 위주로 꾸며지는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들이 신설됐다.

IMF와 함께 등장했던 경제해설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명을 다했다.

알뜰 교양 프로그램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신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대폭 물갈이됐다.

봄개편 당시 방송가의 화두였던 "공영성"은 가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