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블로벨 박사는 세포내 단백질 신호전달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병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한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단백질은 살아있는 세포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세포질과 세포핵
사이를 쉴새없이 움직이며 특정한 신호를 전달한다.

즉 세포는 단백질의 특정한 신호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별개의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수천종에 달한다는 것이다.

뒤죽박죽인 상태의 단백질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세포내의 특정한 부위까지
반드시 도달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세포내에는 수많은 단백질을 기능별로 정리해 움직이도록
하는 질서정연한 단백질 신호전달체계가 존재한다.

이같은 전달체계는 단백질의 머리부분에 붙어있는 주소(address tags)와
비밀번호(zip code)에 의해 작동한다.

만약 이 주소나 비밀번호가 잘못되면 단백질이 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병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신장결석(kidney stones) 낭종성섬유화(cystic fibrosis)
고콜레스테롤혈증(hypercholesterolemia) 등이다.

신장결석의 경우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의 이상으로 저수산뇨증이
유발돼 발병하게 된다.

블로벨 박사는 바로 이같은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전달체계의 이상
을 효모(yeast) 등을 이용해 연구해 왔다.

특히 세포핵의 막에 존재하며 단백질을 세포핵 내부로 이동시키는 분화구
모양인 NPC(핵공복합체)의 메카니즘을 밝혀냈다.

단백질이 세포질에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세포핵으로 이동해가는 경로를
확인, 유전병의 치료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신호전달 체계의 이상으로 인한
유전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블로벨 박사는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수상자
선정경위를 설명했다.

또 "그는 효모 등을 B형간염백신과 조혈제 등 단백질 성분의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중앙병원 이인철 진단병리과 교수는 "블로벨 교수의 단백질 신호전달
체계 연구가 완성되면 당뇨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전질환 원인을 밝혀내
이들 질병을 정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많은 분자생물학자들이 의약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단백질의 신호전달체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