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부장이 손을 댔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

산은캐피탈 강남지점장인 이창수(44) 부장이 움직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그가 투자한 기업엔 다른 벤처캐피털들이 뒤따라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벤처투자"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던 지난 80년대.

축적된 노하우가 하나도 없던 벤처캐피털리스트 1세대들은 스스로 투자기법
을 개발해야 했다.

이 부장도 마찬가지.

가방 하나 들고 전국 공단을 돌며 투자기업을 발굴했다.

당시는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았던 시절.

"어떤 도둑놈이 힘들여 키운 우리 회사 주식을 내놓으라고 그래"라는 식의
오해를 받으며 공장 수위실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작은 신뢰부터 쌓아갔다.

자금뿐만 아니라 경영전반에 대해 도움을 주려한 것.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대해선 다른 경쟁사의 전문가라도 소개해
주었다.

이러다 업체를 빼앗기는 경우도 많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대신 그는 업계에서 "신뢰"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부장은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해결사"로 통하기 시작했다.

"그런 문제가 있으면 이창수 부장을 한번 찾아봐"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벤처투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벤처경영인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요즘 코스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처음 상담을
하고 4년만에 투자가 이루어진 케이스다.

이 부장은 단기적인 시류나 인기에 편승하지 않는다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개별 투자기업을 정하기 전에 먼저 거시적인 경제흐름의 맥을 짚어
미래 유망산업을 예측한다.

최소한 2~3년 앞을 미리 내다보는 것.

투자결실을 맺은 자화전자 등의 상장기업과 텔슨전자 모아텍 국제전자 등
17개의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대부분 지난 95~97년사이 초기 성장단계일 때
투자한 기업들이다.

이같은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총 3백억원(전환사채 인수 제외)을 투자해
2백%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는 놀라운 성적표를 안겨 주었다.

"진정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투자기업과 한 가족처럼 아주 사소한 문제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투자기업
과 함께 호흡을 할 수 있는 현장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남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02)539-8433

< 서욱진 기자 ventur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