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20분 아주대 경영대 다산관 B08호 강의실.

경영대 김일형(40) 교수의 생산관리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여느 대학 강의실의 풍경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속"이 달랐다.

교재가 보이지 않았다.

김 교수와 학생들은 책 대신 신문을 펼처들고 있었다.

바로 한국경제신문을 교재로 활용하는 "NIE-한경수업" 시간이었다.

다른 강의시간에 신문을 보면 교수에게 혼쭐이 나지만 이 수업시간 만큼은
신문을 보지 않으면 공부를 할 수 없다.

김 교수는 11일자 한경 1면 오른쪽 "연방형 경영을 지원하라"는 제목의
기획시리즈 기사를 가리킨 뒤 기업경영 패턴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심부문을 찾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간의 경쟁이
공급망과 공급망간의 대결로 바뀌고 있다"는 새로운 흐름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기사를 보면서 김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자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딱딱한 이론 강의 보다 훨씬 이해가 빠르다는 표정들이었다.

최근 이렇게 한경을 교재로 활용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포항공대 한양대 수원대 한림대 인천전문대 등 전국적으로 1백여개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한경을 강의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상경계열 등 일부 단과대학 에서 집단구독을 통해 각종 세미나에 활용하는
사례까지 합치면 2백여개의 대학에서 한경을 "텍스로"로 쓰고 있다.

한경이 일간신문의 차원을 넘어 "제2의 교과서"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공대의 경우 교양과목 경제학 강좌에서 ''경제신문 읽기'' 시간을 둬
한경을 읽도록 권하고 있다.

부경대학 경영학부는 교수와 학생들의 합의로 부교재로 채택, 교과서
보충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선 학생들이 한경에 실린 경제/경영 관련 기사를 분석한뒤 세미나
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인천전문대와 수원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한경을 집단구독하도록 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실물경제에 대한 감각을 익혀주고 있다.

경기대는 학생들에게 한경기사를 스크랩하는 과제를 내주고 있다.

경희대와 전남대 등도 교수들이 "한경 읽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경이 대학의 "인기 교재"로 자리잡게된 것은 국제경제와 기업경영은 물론
실물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물과 심층분석
기사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

교과서에는 없는 살아있는 경제지식을 얻을 수 있고 강의를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한경을 강의실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특히 요일별 테마 기획면인 "머니" "사이버" "B&M" "경제노트" "분석과
전망" 등은 대학생들 사이에게 "바이블"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교과서와는 달리 어려운 경제상식을 쉬운 용어와 실제 사례로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찾기 쉽게 꾸며진 지면도 젊은층의 입맛을 당기는 매력이다.

한경의 인기는 강의실 밖에서도 확인된다.

주요 대학치고 "한경 게시판"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현재 한경 게시판이 설치된 대학은 전국적으로 73개교.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명지대 등
주요 대학엔 빠짐없이 한경 게시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시판은 등하교 길은 물론 휴식시간에 까지 많은 학생들을 불러모을 정도로
대학내 "명소"가 됐다.

학생들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내 게시판에 한경을 붙이는
대학도 있다.

서강대 경영대가 그런 케이스다.

이 대학 경영대 학생회가 지난해 학생들에게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 한경이
주요일간지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인기 덕분에 상경계열의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경을 읽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주대에 다니는 김상미(21.경영학과2년)양은 "한경을 읽다보면 어려운
경제문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서 "사이버면과 증권면 사회면 등을
즐겨본다"고 말했다.

같은 과의 이한별(20)군은 "한경은 단순한 사건 사고를 알려주는 소식지가
아니라 흐름을 익혀주고 "지식"을 채워주는 "정보의 보고""라고 평가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