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를 잡아라"

국제원유값 상승으로 재정이 풍부해진 중동산유국들이 대형프로젝트를
잇달아 발주하자 이를 잡기위해 한국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11일 산업자원부와 중동진출기업에 따르면 정덕구 산업자원부장관이 이끄는
한국의 대중동 경제협력단이 지난 8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3개 산유국을 방문, 중동공략에 나선데 이어
미국과 일본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대표와 건설.플랜트 정유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한국대표단은
이들 3개국이 올해와 내년초에 발주할 32건 47억8천만달러 규모의
대형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 장관은 10일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부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기업이
사우디의 대규모 공사에 원청계약자로 참여토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국가의 주요프로젝트에는 사우디의 아람코가 발주하는 20억달러짜리
하라드 가스처리공장, SABIC의 10억달러규모 사다프석유화학단지, 왈리드
왕자가 최대주주인 NKC의 7억달러 규모 석유화학생산설비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지난 9일부터 윌리엄 데일리 상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중동에 파견, 프로젝트 사냥에 나섰다.

데일리 장관은 전력 기간통신 정보통신 의료 제약 등 기술집약적 업종의
기업대표 10여명의 수주활동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그는 18일까지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정부고위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한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도 다음달 대규모 민간기업인들로 구성된 대중동
프로젝트팀을 파견할 예정이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 주도로 구성될 이 프로젝트팀은 수주활동 외에
중동국가들과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도 전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계 기업들은 개별기업단위로 중동산유국들의
대형프로젝트 발주처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정보수집에 나서는 등 수주경쟁에
합류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3개국에서만 유가인상에 따른
재정수입 증가분이 무려 1백40억달러에 이르러 그동안 재정악화로 주춤했던
프로젝트 발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산유국 전체의 재정수입 증가분은 올해 2백6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쿠웨이트 정유소, 사우디 담수화 설비 등은 한국에서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