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사퇴한 것은 대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회장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8일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장직
유임을 바란다는 회장단 및 재계 원로들의 뜻을 전했지만 김 회장이 완강
하게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날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성명서를 내고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부득이 사퇴결정을 내리게 된 점에 대해 회원사와 국민의 양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현실적으로 재계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계의 화합을 위해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사퇴 배경= 김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과 관련해 재계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다.

재계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 자신이 본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자책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이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요 업무는 손 부회장이 직접 찾아가 보고하는 형식으로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재계는 구심체를 잃고 표류하는 양상을 보였다.

재벌에 대한 개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전경련은 아무런 대응논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재계 일각에서 김 회장의 용퇴를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김 회장도 재계의 이같은 요구를 어느정도 감지하고 이미 사퇴를 내심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퇴진을 결심하기 전에 자신을 추대한 회원사들의 의견을 다시 한번
물어 모양새를 갖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김 회장의 전경련 사퇴는 시점이 문제였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 회장직 사퇴 파장= 김우중 회장의 사퇴로 전경련은 새 회장을 물색해야
한다.

손 부회장은 오는 14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후임 회장 선출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관례상 전경련 회장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명망있는 재계인사를
추대하는 방식으로 총회에서 선출된다.

최근 재계 분위기에 비춰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내년 2월 총회때
까지 손병두 부회장 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5대그룹 이외의 그룹 총수나 전문경영인이 후임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전경련 회장직을 사퇴한 김 회장은 대우차등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재계 반응= 김우중 대우 회장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 사퇴에 재계는
모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어려운 시기에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애를 쓴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돼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경련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 문제로
사퇴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전경련 역대 회장 ]

<> 이병철 : 삼성 - 경남 의령 - 한국경제인협회 초대회장(61년8월~62년9월)
<> 이정림 : 대한유화 - 황해 개성 - 2,3대(62년9월~64년4월)
<> 김용완 : 경방 - 충남 공주 - 4,5대(64년4월~66년4월)
9,10,11,12대(69년4월~77년4월)
<> 홍재선 : 쌍용, 금성방직 - 경북 봉화 - 6,7,8대(66년4월~69년4월)
<> 정주영 : 현대 - 강원 통천 - 13,14,15,16,17대(77년4월~87년2월)
<> 구자경 : LG - 경남 진양 - 18대(87년2월~89년2월)
<> 유창순 : 롯데(고문) - 평남 안주 - 19,20대(89년2월~93년2월)
<> 최종현 : SK - 경기 수원 - 21,22,23대(93년2월~98년9월)
<> 김우중 : 대우 - 경북 대구 - 24,25대(98년9월~99년10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