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병약하시던 우리 아버님은 늘 비실비실한 닭이 오래 산다고 하시며
건강이 약한 사람은 오히려 평소 자기 몸을 돌볼 줄 알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다고 하셨다.

결국 81세까지 향수하셨지만 비교적 건강한 삶을 누리셨다.

아버님 영향인지 나도 아픈데는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썩 건강하지도 않은
몸을 항상 조심스럽게, 무리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집을 나서면 바로 북한산 등산로와 연결되는 자연적인 특혜로 나는 새벽
등산을 즐긴다.

동이 틀 무렵의 북한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은 새삼 하나님의 능력과 자비
하심을 느끼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중의 하나가 시편 57장의 "내 영광아 깰지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인데 이는 만물이 고요히
잠든 이른 아침부터 하나님을 찬양하였다는 의미로서 정말로 하나님을 찬양
하게 되는 이른 새벽을 그래서 나는 좋아한다.

새벽 등산은 전날 음주 정도에 따라서 45분부터 1시간20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데 등산후 간단한 샤워나 족욕을 15분 하면 지쳤던 몸에 기가 살아
나는 느낌을 준다.

혼자 올라가는 새벽 산행은 또 많은 사고의 시간을 준다.

어제 일어났던 일,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해 주곤 한다.

구기동 매표소를 지나가기 전 삼각산 봉정암의 문에 이런 글귀를 본다.

"이 대문을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알음알이를 두지 말자"

그렇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알음알이 즉 잔꾀와 편견, 그리고 오만이 존재
하는가.

그래서 이 세상은 그렇게 어지럽고 혼탁하지 않을까.

내가 하는 일에도 알음알이가 있지 않은가 반추해 본다.

산에는 알음알이가 없다.

언제나 인간들의 알음알이와 숱한 사연들을 침천시키고 그 깊은 심연속에
모든 질고를 담아 둔다.

새벽의 북한산.

그 침묵 속에서도 산은 계절을 지시한다.

제법 선선한 아침 공기속에서 가을을 부르고 이제 서서히 겨울을 준비
시키고 있다.

나의 새벽산행은 승가천의 약수 한모금으로 끝나지만 알음알이를 허가하지
않는 북한산의 침묵이 매일 새벽을 깨우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