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산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 없음을 인정한데 이어 2일 총무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데 대해 총무원이 반발하고 나서 조계종
내분이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총무원은 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해 "종무행정의 수반을 세간법에 의지해
외부로부터 위촉받는 일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종단체제를 보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종회도 총무원장 대행 지정과 관계없이 중앙종회가 교구본사 주지 및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종헌종법에 따라 선거를 조속히 치뤄 종단을 안정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도견 직무대행에 대해서도 정화개혁회의측에서 선임한 인사인데다 중앙종회
해산제청을 결의한 인물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화개혁회의측은 "법원의 판결은 정의롭고 소신있는 명판결"이라며
"이제 다시 월하 종정 예하의 정화사상을 높이 받들어 중단됐던 불교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화개혁회의측은 직무대행이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고 종헌종법을 개정하는
등 종단의 새틀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한 양측의 해석과 입장이 이처럼 크게
엇갈려 사태 해결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무행정 전반이 공백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현 집행부 출범 이후 9개월여 동안 벌어진 인사와 예산집행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중징계당한 90여명의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에 대한 복권문제
등이 첨예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전개과정에 따라 종단 사태와 관련한 각종 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화개혁회의측이 종권을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불교계에서는 양측이 하루 빨리 대화를 통한 사태수습 방안을 마련하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한 새 집행부를 구성해 안정과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