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난지도에 9홀 규모의 퍼블릭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지를 철저하게 환경친화적인 장소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또 "1천만 그루 나무심기"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대규모의 도심 녹화
사업도 전개중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환경보전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성공한 많은 외국 사례를 참고로 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매립지 골프장과 녹화사업 현장 점검을 통해
선진적 도시 가꾸기의 일단을 살펴본다.

<> 외국의 매립지 골프장 실태 =도쿄에서 태평양쪽으로 30분 가량 달리면
"와카슈 링크스 골프장"이 보인다.

18홀 규모의 링크스코스인 이곳에서 주말골프를 즐기려면 2달전에 부킹을
해야한다.

도쿄시 시계내에 있는 유일한 골프장인데다 도쿄만 앞에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멋진 코스여서 인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 골프장 코스를 다니다보면 여느 골프장과는 좀 다르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코스 중간중간에 세워진 3m 높이의 폴대.바로 메탄가스 배출기다.

골프장에 왠 가스 배출기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쓰레기섬 위에 골프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에는 땅밑 쓰레기더미에서 나오는 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총
84개의 가스배출기를 설치해 놓았다.

와카슈 골프장은 지난 77년 복토를 끝내고 92년에 골프장을 열었다.

지금은 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골프장을 관리하는 도쿄도 항만국의 나가이주임은 "골프장을 개장한 뒤
초기에는 침하도 계속됐고 적은 양이지만 가스도 나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한다.

이 골프장이 쓰레기섬에 세워졌는지 여부에 대해 골퍼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태평양 건너 미국 중부도시 시카고.도심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정도 달리면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이라는 골프장이 들어온다.

지난 96년 개장한 36홀 규모의 이 골프장도 건설폐자재를 매립한 쓰레기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지금은 2주전에 예약을 해야 골프를 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더구나 주말 그린피가 75달러나 할 정도의 고급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미국에는 이곳외에도 뉴욕에 2개 등 10개 이상의 매립지 골프장이 있다고
이곳 골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 시민들의 반발은 없나 =쓰레기 매립장에 골프장을 만드는 것은 비용과
환경측면에서 항상 논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우선 비용측면에서 볼때 이들 골프장은 모두 "OK"판정이 난 상태다.

미국이나 일본내 건설된 매립지 골프장은 모두 정부가 건설하고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것이어서 "수익"개념은 없다.

하지만 건설비나 운영비는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카고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 골프장 앤소니 이아넬로 총지배인은
"골프장 건설을 위해 총 2천2백만달러를 투입됐으나 매년 3백5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도 비껴가고 있다.

골프장엔 잡풀과 해충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기 마련.

이번에 둘러본 매립장 골프장도 모두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수와 농약 찌꺼기 등을 별도로 모아서 뽑아내
주고 있다.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의 경우 4개월에 한번씩 시민단체 등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시카고 시민들의 식수원인 미시간호의 오염문제도 전혀 불거지지 않고
있다는게 골프장측의 설명이다.

<> 왜 쓰레기 매립장에 골프장을 건설하나 =시카고의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이나 도쿄의 와카슈링크스골프장은 모두 "링크스코스"다.

물가에 있다는 뜻이다.

난지도와 흡사하다.

쓰레기섬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과거"를 지울 수 없다.

미세하지만 악취라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링크스코스는 이런 점에서 유리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다 경관이 좋아 악취가 "현안"이 되지 않는다.

골프광들이 찾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땅의 침하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또 쓰레기섬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이점에서도 골프장은 유리하다.

골프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세심한 손길을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매립장 골프장은 "죽은 땅을 생환시키기에는 최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윈윈전략"이요 "누이좋고 매부좋은"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일본 오사카의 쓰루미 공원같이 쓰레기 매립장에 대규모
생태공원을 만들기도 한다.

쓰레기섬에 붙어 있는 "님비(Nimby)" 팻말이 이제는 "핌비(Please in my
backyard)"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