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주택가 인근 민간 원자력시설에서 발생한데다 사상 처음으로
연쇄핵분열에 의한 중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이바라키현 일대는 죽음의 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주변 공장이 폐쇄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오부치 정권은 사고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이날로 예정된 내각구성을
연기하는 등 사태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번 사고는 우라늄을 가공처리하는 민간업체인 JCO 도카이사업소가
우라늄의 불순물을 초산용액으로 용해하는 과정에서 침전용 탱크에 규정보다
과도한 우라늄을 주입,연쇄 핵분열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회당 2.4kg 까지만 넣게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약 7배에 가까운 16kg의
우라늄을 한꺼번에 주입하는 바람에 갑자기 섬광과 함께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임계현상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계현상이 초고도에 달할 경우 원자폭탄과 같은 대폭발로 이어지게 된다.
<>.사고직후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사태를 중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자민-자유-공명 3당의 연정출범에 맞춰 1일 단행키로 했던 개각도 다음주로
연기했다.
공영 NHK 등 각 방송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철야로 사고소식을
보도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새벽 JOC공장의 사고시설로 전문요원을 투입, 복구작업
을 벌여 핵분열시 발생하는 중성자 수치를 평상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대책본부는 오전 6시께 사업소내 14개 중성자 검출장치의 수치를 모두
검출한도 이하로 떨어뜨려 사고발생 20시간만에 수습단계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일본 과학기술청은 이번 사고가 원자력사고의 국제평가척도인 ''레벨4''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척도는 레벨0~7까지 8단계로 나눠져 있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심각한 상태를
뜻한다.
체르노빌사고가 레벨7로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사고로 기록돼 있다.
<>.히타치는 사고지역 인근의 반도체 자동차부품 등 12개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여파로 1일 도쿄증시에서 히타치제작소 주가는 전날보다 3.5%나
하락했다.
또 이번 사고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30일 뉴욕증시에서 LSI로직 주가는 주당 51.50달러로 5달러가 내렸다.
미국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세미콘닥터 역시 5.44달러
하락한 66.56달러에 마감됐다.
LSI로직 등은 이바라키현과 가까운 곳에 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의 주가하락은 반도체 관련 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내려
내쇼날세미콘닥터 인텔 등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관측도 많다.
에리카 클라우어 도이체방크 분석가는 "대만지진으로 단기급당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최근 조정을 받고는 있지만 상승기조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우라늄 가공처리 공장의 반경 10km 이내에 있는 5개시 주민
31만명은 30일 저녁부터 모든 문을 봉쇄한 채 집안에 갇혀있다.
유치원 등 모든 학교가 휴교하고 교통통제속에 상가가 철시하는 등 일순간에
적막의 도시로 변했다.
주민 소방서원 등 이날 오후 3시현재 방사능 피폭 피해자는 49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3명은 의식장애와 구토 설사 등의 증세로 원자력 전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들은 옛 소련 체르노빌원전 사고와 비슷한 엄청난 량의 방사능에 피폭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위독한 상태라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방사능 오염 사고의 처리를 돕기 위해 핵전문가들로
지원단을 공동으로 구성, 현지에 파견키로 했다.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장관은 30일 CNN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 지원단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공동 지원단을 일본에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도 이날 오후 방사능 누출사고 처리 요원이 입을 방사능 차단복이
국내에 없다는 보고를 받고 미국과 러시아에 차단복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