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히피스타일이 지금 거리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한여름부터 등장한 두건을 비롯 비즈와 스팽글 액세서리, 주렁주렁 늘어진
목걸이등 유행을 앞서가는 거리의 잡화상에는 히피로 변신하기에 적당한
소품들이 가득 펼쳐져 있다.

본격적으로 가을 상품이 내걸리기 시작한 패션 매장의 쇼윈도에서도 히피풍
의 옷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글게 손뜨개질한 니트, 이국적 향기를 풍기는 에스닉(ethnic)프린트,
스모킹 장식의 블라우스 등 많은 아이템들이 완전한 룩(look)은 아니더라도
부분부분 히피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에도 히피 바람이 불고 있다.

긴 머리는 웨이브를 넣어 풍성하게 늘어뜨리는 스타일이 많아지고 있고
짧은 머리는 더욱 짧게 잘라 소년같은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근 유행의
공식이다.

길든 짧든 신경쓰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 히피 스타일의
포인트.

특히 긴머리 웨이브의 경우 더욱 신선한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스트레이트 퍼머로 곧게 뻗은 머리가 여성 헤어스타일의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은 투명한 피부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히피 분위기를 내기 위해
눈 밑에 음영을 짙게 하는 등 입술보다는 눈화장 테크닉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99년 가을의 히피가 30여년전과 달리 본래의 정치적이고
퇴폐적인 색깔이 배제되고 낭만과 자유로움만을 계승했다고 전했다.

또 현대 여성들의 감성에 맞춰 좀더 고급스럽고 깨끗하게 정돈됐다는 점을
올 가을 히피룩의 특징으로 꼽았다.

예를 들면 60년대의 히피는 바지를 심하게 찢어입거나 주렁주렁 장식하는
등 모든 디테일을 이용해 히피를 표현했다.

반면 지금은 단순하고 깨끗한 옷차림에 히피풍을 모두 제거해 버리고 히피
냄새가 나는 고급스러운 액세서리로 화려하고 로맨틱한 면을 강조하는 식이다

패션계에서는 이처럼 99년식으로 새롭게 태어난 히피스타일을 "뉴 히피룩"
또는 "히피 시크(Hippie Chic)"라고 부른다.

민속적인 이미지 때문에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구치 프라다 안나수이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이번 추동 컬렉션에서 히피
시크 스타일을 다수 선보였다.

특히 누구보다도 히피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치는 올 추동패션에
도 벨벳 가죽 퍼(Fur) 등의 소재를 이용, 고급스럽고 개성있는 히피 시크
스타일을 발표했다.

구치는 겨울옷으로 폭스 링크 담비모피 밍크등 아주 비싼 털로 장식된 재킷
등을 내놓았으며 여기에 구슬장식과 주름이 잡힌 부츠를 코디해 섹시한 멋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패션리더들을 주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히피 시크 스타일을
추동 상품의 주제로 삼았다.

레지데67S, 니켄리쯔, 린, 나인식스뉴욕, 지지배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하고 원색적인 프린트로 눈길을 사로잡는 레지데67S는 두건과 목걸이
벨트 등 히피풍 액세서리를 많이 내놓았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이 브랜드에서 나온 바지 위에 둘러입는 판초, 인조모피
재킷 등 특이 아이템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니켄리쯔는 핸드 메이드 느낌의 자수, 줄끈을 이용한 장식 등으로 한번
걸러진 히피 무드와 동양적 감성을 믹스했다.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좀더 여성스럽고 어른스러운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하는 지지배도 중심 컨셉트를 히피스타일로 잡았다.

이 브랜드의 권호향 이사는 "기존 지지배의 디자인 컨셉트였던 키치패션을
고급스러운 히피즘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면을 스웨이드 느낌이 나게 가공하거나 다양한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
꽃무늬 패턴 등 보헤미안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도시적인 옷들이
지지배의 올가을 대표 상품들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