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북경)에 사는 장선생은 컴퓨터분야 미국합작기업 직원이다.

작년 명문 중앙민족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어렵게 직장을 잡았다.

베이징대 근처 이 회사 컴퓨터 매장 취재를 위해 그와 함께 승용차를 탔다.

건국 50주년 맞은 중국 공산당이 화제로 올랐다.

그는 자기가 당원이라고 했다.

대학시절 2년간 당과수강 평가시험 등을 거쳐 어렵게 입당에 성공했단다.

왜 공산당에 가입했느냐고 묻자 그는 중국에서 공산당원은 곧 엘리트로
통한다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졸업후 취업에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단다.

지금 공산당이 잘 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우문인줄 알면서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저 위쪽 사람(정책 당국자)들이 라오바이싱(일반 주민)의 실상을 너무
모른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정부는 내수가 위축됐다며 저축 그만하고 자꾸 쓰라고 합니다. 노동자 평균
월급이 1천위안(1위안=약 1백40원)이 채 못됩니다. 작년 정책이 바뀌어
노동자들은 집을 돈주고 사야 합니다. 베이징 교외 살만한 집은 25만원 정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월급 절반을 저축한다고 해도 41년을 모아야 하지요.
자녀교육비 의료비 등도 이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어떻게 돈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는 상유정책, 하유대책이라는 말을 꺼냈다.

정부가 위에서 정책을 발표하면 일반 주민들은 그것을 피해나가기 위해
대책을 궁리한다는 뜻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주민의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장 선생은 관료사회가 너무 경직됐고 부패가 심하기 때문에 이같은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주룽지(주용기) 총리로 대화가 이어졌다.

그는 주 총리를 덩샤오핑(등소평)이후 가장 대담한 중국 영도자로 평가했다.

기자가 주 총리의 개혁정책으로 실업자가 늘고 경제가 위축된게 아니냐고
말을 건넸다.

그는 지금 중국이 필요로하는 지도자는 사상 투쟁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라며 중국인은 주 총리가 영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어려움을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주 총리가 공산당내 반발세력이 많아 장수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텐안먼(천안문)앞 창안지에(장안가)를 지나고 있었다.

"건국 50주년,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라는 대형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
끼고 있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