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방향을 재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의
워싱턴 발언이 금융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 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고 국고채 선물가격 등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일부에선 한은이 당장 10월부터 통화긴축에 나서 단기금리(현재 연 4.7%
수준)를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금융통화위원들은 금융시장 안정을 내세워 10월 금리인상 가능성
이 희박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마치 인상시기를 언제로 잡느냐만 남은 듯하다.

<> 전 총재의 워싱턴 발언내용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
(IMF).세계은행 합동 연차총회에 참석중인 전 총재는 지난 28일 한국기자단
과 만나 통화긴축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국내 여건도 그렇지만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 등 해외여건
으로 미루어서도 내년 물가가 불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통화
신용정책 방향을 재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총재는 국내적 물가불안 요인으로 2.4분기 9.8%에 이어 3.4분기에는
10%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높은 성장률과 공공요금 인상가능성 등을 꼽고
"국내외 여건을 정밀 분석해 10월의 통화운용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전 총재의 발언내용은 물가불안이 현재화되고 있는 단계이므로 통화긴축
(금리인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물가안정이 중앙은행의 기본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금통위원들의 견해 =금통위원들은 일단 "전 총재가 원론적인 차원의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황의각 위원은 "지표상으로만 보면 내년에 물가불안이 나타날 징후가 있다"
며 "그러나 대우사태와 투신사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통화긴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조만간 금리정책 전환을 채택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금리를) 안정적으로 끌고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장승우 위원은 "금융시장 상황과 거시경제 동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금리정책 전환을) 쉽사리 판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윤정용 위원은 "물가상승 압력이 여러군데에 내재돼 있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기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콜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이후에나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문학모 위원은 "내달초 금통위를 열어 논의를 거쳐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이미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해석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리를 올리기에 앞서 수차례씩 구두로 인상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를통해 시장이 금리인상을 준비하도록 해 시장붕괴를 막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 총재의 발언을 이같은 접근방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덕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제만 놓고 보면 전
총재의 말이 지당하다"며 "그러나 금융상황은 이를 액션으로 옮길 수 없도록
돼있어 전 총재가 말로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인상시기와 인상폭이다.

한은 실무자들중엔 금리인상 시기를 이미 놓쳤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임원등 간부들도 이에 공감한다.

이에따라 금융시장 상황, 정부정책 등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
하겠지만 연내엔 1차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폭은 1%포인트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