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만에 다시 한자릿수로 내려온 회사채수익률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정부는 한자릿수 금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이를 채권
시장안정기금 운용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실물경제가 이제 막 바닥을 벗어난 마당에 두자릿수 금리는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자금시장 참가자들은 한자릿수 금리의 유지에 다소 회의적인 표정
이다.

참가자들은 우선 이날 실세금리가 급락한 것은 채권안정기금이 공격적인
매수전략을 펼쳤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끌어내린 만큼 기금이 바닥나면 다시 10% 이상으로
올라갈 수있다는 얘기다.

채권안정기금은 이날 연 9.80~10.20% 수준에서 매수주문을 냈다.

추석연휴 직전 회사채수익률(연 10.58%)과 비교하면 최고 0.78% 낮은
수준에서 매수주문을 낸 것이다.

회사채의 기준물인 SK(주)가 연 9.95%에 거래됐으며 삼성전자의 매수호가는
연 9.94%였다.

채권안정기금이 이처럼 금리 하향안정화에 주력하자 은행권 등 매수여력이
있는 기관에서도 일부 "사자"에 나섰다.

연 9.90%에 매매된 LG전자나 SK는 은행권에서 사간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금리가 이처럼 급락하자 시장에선 "팔자" 물량이 사라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투신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동안 매물을 내놓았지만 채권안정기금이
있는만큼 싼 가격(높은 금리)에는 채권을 팔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결과다.

증권사 채권브로커들은 이러한 금리 하락세가 단기간 이어지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현재와 비슷한 연 10%대 안팎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단기적으로 회사채수익률이 연 9.50%까지
하락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성장률이나 채권의 수급동향 등을 미뤄 볼때 추가하락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또다른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수익률
연 10%대 안팎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추석연휴 전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 10%대에 물가상승률 2~3%를 더해 연
12~13%가 적정금리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여서 올해 성장률이 실제보다 과다
포장됐다는 분석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필현 대우증권 채권팀장은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은 7~8%, 물가상승률이
2~3%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회사채수익률은 연 10%대 안팎이 적정하다"
고 말했다.

채권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리급등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증권업협회 전망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발행할 회사채는 대략 10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은행권 자금유입 규모나 채권안정기금 규모 등과 비교했을때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금리상승을 유발시킬수 있는 통안채의 경쟁입찰을 자제키로 한 것도
수급불균형 해결에 보탬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채권매입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점도 채권시장의 안정을
점치게 한다.

그러나 금리의 하향안정세는 일부 우량기업에 국한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권안정기금이 이날 사들인 채권도 신용등급 BBB- 이상의 투자적격채권에
국한됐다.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중견 및 중소기업 채권은 외면당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