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바리톤 브라인 터펠,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오스트리아 음악잡지 "페스트슈필"이 지난 7월 선정한 "유럽의 베스트
음악인"에서 각 부문별 톱을 차지한 뮤지션들이다.

특히 벤게로프(25)는 바이올린 첼로 등을 포함한 솔리스트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음악인으로 뽑혀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완벽한 테크닉과 뛰어난 음악성, 불을 뿜는 듯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칭송이 과언이 아닌 듯 하다.

러시아 태생의 유태계 바이올리니스트인 벤게로프는 굵직한 콩쿠르에서의
입상경력 못지 않게 수많은 화제를 몰고다니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엘리트코스를 밟은 음악인들과 달리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

모스크바 음악원 영재과정을 다닌 게 전부다.

그러나 당시 바이올린 명교수인 자카르 브론과의 만남은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그는 브론을 따라 고향인 서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로 옮겨 바이올린에
정진하게 된다.

85년 폴란드 비에냐프스키 주니어콩쿠르 우승이 그 보답이었다.

이듬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참가하지 못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과 함께 개막연주회를 장식, 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때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 예프게니 키신과 함께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불려졌다.

벤게로프는 또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야샤 하이페츠의 활을 물려받아
화제를 뿌렸다.

"나를 이을만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이 활을 물려주라"는 유언으로 유명했던
하이페츠의 활이 94년 벤게로프에게 전해진 것.

그는 현재 이 활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마법의 활이긴 하지만 아직은 무겁게 느껴진다"는 게 그 이유다.

벤게로프는 연주회때 마다 보여주는 익살맞고 애교있는 모습으로도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96년 첫 내한독주회의 레퍼터리는 모차르트 베토벤 프로코피에프 등의
소나타였다.

명곡만으로 이어진 무대였지만 관객들은 그의 앙코르 연주에서 더욱
환호했다.

앙코르곡의 다소 어려운 부분에서 눈을 치켜 뜨며 정말 어렵다는 몸짓을
하자 콘서트홀은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벤게로프가 3년만에 다시 한국무대에 선다.

10월2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모차르트 "소나타 사장조 K.301", 베토벤 "소나타 7번", 라벨 "치간느",
사라사테 "카프리스 바스크",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왁스만 "카르멘
판다지" 등을 연주한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는 자신이 편곡한 곡을 선보일 예정.

피아노는 배그 파피안이 맡는다.

그의 연주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본팬 30여명이 콘서트를 보러온다.

(02)598-8277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