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진은 대만 경제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대만과 경쟁및 보완관계에
있는 국가들에도 큰 파급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등 아시아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만은 연간 4백억 달러어치의 각종 컴퓨터 부품과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3위의 컴퓨터.전자부품 생산국이다.

컴퓨터용 반도체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마더보드(주기판),
모니터, 컴퓨터 완제품 등이 주요 생산품이다.

이중 반도체(D램)의 경우 세계 전체 생산물량의 16%를 생산한다.

PC용 모니터와 주기판도 대만이 전세계 수요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이들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됨에 따라 한국과 일본 미국
산업계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한국은 대만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
이다.

특히 대만은 D램 생산량의 3분1을 국제 현물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공급물량이 대폭 줄어 현물시장에서 D램 가격이 급등, 국내 관련
업체가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의 돈 플로이드 첨단업종 분석가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공급 물량이 부족하던 터에 지진으로 인한 공급차질까지 겹쳐
현.선물시장에서의 가격급등이 불가피하다"며 "64메가 D램의 경우 당분간
올 최고가를 계속 경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4메가D램은 개당 15달러가 올 최고수준이었다.

업체별로는 전체 생산량의 30% 가량을 국제 현물시장을 통해 거래하고 있는
현대전자의 반사 이익이 가장 빨리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대만 반도체 업체에 위탁해
왔기 때문에 이번 지진으로 관련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전에 따른 로얄티 수입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피해가 큰 것은 관련업체들이 진앙지인 난타우(남투)
인근 신주과학공업단지에 몰려 있었기 때문.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신죽)과학공업단지에는 타이완반도체
제조회사(TSMC) UMC 등 7개의 반도체 업체가 모두 몰려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 생산라인이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세계 1위 D램 생산업체인 TSMC는 지진으로 이달 생산량이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전력공급이 재개되기까지는 최소 2주, 또 장비보수를 거쳐 정상
가동에 들어가는데는 1-3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국제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제품외에도 컴퓨터 완제품과 TFT-LCD(초박형 화면표시장치) 등 다른
제품들도 생산차질이 빚어져 한국의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작년말 기준으로 대만은 PC용 모니터 세계 시장의 55%, PC용 주기판
(마더보드)는 60%를 생산했다.

PC와 노트북 완성품도 세계시장의 각각 15%, 40%를 차지했다.

특히 대만이 아직 생산초입단계에 있는 TFT-LCD의 경우 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어 한국과 일본을 따라 잡는데는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브라운관도 네덜란드 필립스가 신주단지에서의 생산을 중단한 상태여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그러나 대만에서 컴퓨터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 수입
하던 미국및 일본 컴퓨터 업체들은 피해가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화업계에서도 한국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대만 정유업체인 CPC사의 나프타분해공장(연산 20만톤)이 전력공급 중단
으로 올스톱돼 있고 PS(폴리스티렌)와 ABS 등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유화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경쟁국인 한국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지진 복구과정에서 상당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복구과정에서 건설기자재나 시멘트, 송배전설비 등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당초 노후화된 송배전 시설을 교체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지진으로
교체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건설기자재와 시멘트 등도 수출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