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1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온 뒤 첫 국무회의을 주재한
자리에서 재경.건교.노동부장관 등을 무더기로 질책해 국정운영의 고삐를
다시한번 죄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통령은 우선 "외국에 가 있는 동안 신문들이 감청문제를 대서특필한
내용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말한뒤 "어떻게해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정통.행자.법무장관 등을 간접적으로 질타했다.

김 대통령은 "얼마전에도 도청 감청문제가 제기되어 진상을 엄밀히 조사
하고 철저히 다스리도록 지시한바 있다"고 지적하고 "왜 관계장관이 진실을
설명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관계
장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표했다.

강봉균 재경부장관에게는 부산지역 파이낸스 사건과 관련, "이런 기관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대해 왜 사전대비가 없었느냐"고 추궁한뒤 "정부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말이 안된다"며 긴급입법을 통해서라도 대책을 마련
하라고 지시했다.

이건춘 건교부장관에게는 "고속철도사업에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는데 감사원의 지적이 있기 전에 아무런 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질책했다.

이와함께 "과거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할 수 있는지를 보고
반성해야 한다"며 관련사항을 검토해 문서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추석 체불임금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룡 노동부장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대통령은 "체불임금이 작년보다 많이 줄어 1천3백64억원에 이른다"는
이 장관의 보고를 받고 "지금은 보증보험제도가 있는데 왜 활용을 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각종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질문
하며 질책한 것은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관들이 국정을 차질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