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이 20일 10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하루도
지나지않아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한국투신은 이날 오전 일본 고쿠사이증권 중개로 일본의 금융기관으로부터
10억달러규모의 외자를 유치키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변형 사장과 비토 고쿠사이증권 전권서명인(executive officer)이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란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오후들어 로이터 불룸버그등 외신에는 한국투신의 발표내용과 정반대
되는 기사가 타전됐다.

"고쿠사이증권이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세이이치 고쿠사이증권 대변인이 한국투신과 현재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투신에는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으며 한국투신은 저녁무렵 양해각서
체결이 무산됐으며 당분간 냉각기간을 가진뒤 재협상을 갖기로 했다는 정정
자료를 냈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 국내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고쿠사이증권이 협상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이 완전히 파기된 것이 아니라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고 추후
협상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한국투신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협상 대상이 고쿠사이증권으로 밝혀진 것은 한국투신이 이날 오전 보도자료
에서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한투가 발표자료를 내기전까지는 코쿠사이가 파트너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투신이 비밀유지라는 대외협상의 ABC를 몰라 실수를 저질렀던지, 아니면
고쿠사이에서는 생각도 않고 있는데 혼자의 짝사랑을 과대포장해 발표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한국투신의 이번 외자유치 발표가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수익증권 환매사태와 투신 구조조정등으로 회사사정이 어려워지자 "대외
선전용"으로 외자유치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려다 국제적인 망신만 당하게
됐다는 지적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신은 98년초부터 영국과 미국 및 홍콩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본을 유치
하기 위해 노력했었었으나 계속 성사되지 않았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