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잠을 깊이 못잔다든지 상대방과 대화할 때 왠지 불안해 보이고 팔
다리를 습관적으로 떠는 사람이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의 상당수는 가슴이 편치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대로 "심기가 불편하다"는 말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번조증"이라고 한다.

번조증은 말그대로 가슴속에 열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가만히 있으면 가슴이 더욱 답답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팔다리를
움직임으로써 그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가슴이 답답한 경우도 여러 가지 증상이 있다.

옆구리와 가슴이 꽉찬듯 답답한 경우, 가슴이 쿵쿵 뛰면서 두근거리는
증상, 움직이면 오히려 더 편한 경우, 움직이면 더 불편한 경우 등 증상에
따라 원인이 각각 다르다.

이런 증상은 야간에 더 심해진다.

그래서 가슴에 열이 나서 도저히 누워 있을 수 없다고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입이 말라서 음료수를 자꾸 마시기도 한다.

이런 경우 수면을 제대로 취할리 만무다.

전전반측이란 말처럼 계속 뒤척이다가 밤을 새기도 한다.

그러니 항시 피로감을 호소하게 마련이다.

만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대변의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가슴의 문제와 대변의 상태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번조증을 호소하는 사람중에는 변비를 보이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변비부터 해결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다.

옆구리와 가슴이 가득찬 느낌을 받으면서 대변이 굳어지는 번조증은 흔히
말하는 "화병"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화병은 배변을 순조롭게 하고 간장과 담에 뭉쳐있는 기운을 풀어주면
개선될 수 있다.

물론 항상 변비의 양상을 띠는 번조증만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신적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은 전문가와 상의하는게 바람직하다.

박영배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