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야드 정도의 비교적 짧은 파5홀.

페어웨이 폭도 50야드 이상으로 넓었다.

그러나 쉬운 홀이 늘 그렇듯 페어웨이 한복판엔 가로가 25야드나 되고
세로도 15야드쯤 되는 "그라스 벙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즉 페어웨이를 절반 이상 먹어 들어와 옆으로 누운 형태의 벙커.

티잉그라운드로 부터의 거리는 2백20야드쯤 됐다.

드라이버샷 캐리가 2백40야드 이상 나는 장타자라면 그 그라스 벙커를 넘겨
투온을 노릴만한 구조이다.

그런데 이 홀의 풍경은 언제나 똑같다.

누구나 "한마음으로" 장타만을 노린다.

샌드 벙커가 아니라서 그런지 벙커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볼이 빠지건 말건 무조건 있는 힘껏 치며 벙커행을 자초한다.

평균 거리 골퍼들의 경우 아주 잘맞은 샷이 벙커에 빠지는 격이다.

볼이 그라스 벙커에 묻히면 긴 풀들로 인해 미스샷 가능성이 당연히 커진다.

티샷 거리를 웬만큼 내고도 보기를 하는게 바로 이런 케이스.

그런데 벙커에 못미치도록 티샷 거리를 컨트롤 했다면 그땐 파가 거의 보장
된다.

좋은 라이에서의 세컨드샷이니 만큼 굿샷 확률이 높다.

홀전체 거리가 짧으니 두번 다 잘치면 그린 1백야드 이내.

그 거릴 올리기만 하면 파를 잡는다.

결국 파5홀에서 무턱대고 치는 드라이버샷은 자칫 "바보 같은 골프"가 되기
쉽다.

프로수준 장타자가 아니라면 그 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트러블을 먼저
분석한후 티샷을 해야 한다.

< 김흥구 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