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채권안정기금이 제대로
작동하면 실세금리가 조만간 다시 한자릿수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채권안정기금이 채권수요기반 확충-채권매도물량 흡수-금리 하향
안정-수익증권 환매요청 감소-금융시장 안정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자신
하고 있다.
지난 7월중순 이후 빚어진 수익증권 환매요청 급증-채권매도 증가-수요
부진-금리 급등-신용경색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릴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채권안정기금이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어느정도 알려진 지난17일 투신권이 매물을 급히 회수한
것도 정부가 내다본 것과 일치했다.
또 20일 오전장에 외국계 기관에서 국고채를 중심으로 "사자"에 나선 것도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예측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고채는 오전장 한때 지난 주말보다 0.01%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수요진작책에 따른 금리하락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화증권 채권팀의 최현철 과장은 "회사채수익률이 단기적으로 0.3~
0.4%포인트 하락하겠지만 한자릿수에 들어서려면 다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기금의 규모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대 20조원이 조성되지만 투신권이 모집한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규모는
이보다 9배나 많은 1백80조원에 달한다.
지난주에 감소한 수익증권만 4조원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한달여만 지나면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분석
이 나온다.
여기에 하반기 채권공급 물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수급을 불안케 만든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연말까지 국채 12조원, 회사채 15조원이 발행
을 대기하고 있다.
과거 채권의 최대 매수기반이었던 투신이 무너진 상태에서 이 물량이
나온다면 금리 하향안정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대기업이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자제하고
있지만 경기호전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로 채권발행의 필요성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펀더멘털(경제여건) 측면에서도 한자릿수 금리의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일반적으로 실세금리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과 리스크프리미엄을 더한
것과 같다고 얘기된다.
2.4분기 성장률이 10%에 달하고 하반기 물가상승률만 2~3%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수요진작책 하나로만 한자릿수 금리 달성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정수 증권업협회 채권시장팀장은 "10월들어 금리가 연 10%대 초반으로
하락한후 장기 보합권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보는 곳도 있다.
자산운용사인 다임인베스트먼트는 금리가 <>3.4분기 연 10.2% <>4.4분기
연 10.8% <>2000년 1.4분기 연 11.5%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인인베스트먼트의 함정식 채권팀장은 "경제성장률이 내년 2.4분기쯤
낮아질 것으로 보여 향후 6개월간은 금리가 다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