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술시장에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세로 선물용 위스키등 고급 양주는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반면
전통주인 청주등은 오히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양주가 토종술을 누르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애주가들이 선호하는 발렌타인이나 시바스리갈 등은 판매량이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 일부 품목은 이미 동이 났다.

이에 따라 위스키 제조및 수입판매 업체들은 올추석 시즌의 위스키
선물세트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최소 1백%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산씨그램의 경우 선물세트로 지난해 보다 50% 늘어난 20만개를
준비했으나 지난주까지 전량이 팔려 나갔다.

시바스리갈 18년산등 고가품은 일주일 전에 바닥 나 백화점이나 일선매장의
추가 주문에 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산씨그램 관계자는 "지난주 중반 이후 추가 주문이 밀려들고 있으나
선물세트는 포장용 박스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을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인기 품목인 발렌타인등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아영주산의 경우 발렌타인만
15만세트 이상 팔리는등 제품별로 판매량이 평균 3배 이상 증가했다.

박상준 마케팅팀 주임은 "지난해에 비해 품목별로 3백~4백% 가량 판매량이
늘어나 주말에도 연장 근무를 하는 등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임페리얼을 생산하는 진로는 추석판매 목표를 30% 이상 늘려 잡았지만
목표치를 채운 상태다.

또 딤플을 판매하는 하이코스트의 경우도 30% 늘린 4만2천 세트를
만들었지만 재고가 동나 일반 제품을 선물용으로 바꿔 제작에 들어갔다.

이에 비해 제수용으로 쓰이는 청주등은 판매량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소폭
증가에 그쳐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화수복 국선주를 생산하는 경주법주의 경우 추석 선물용으로 30만세트를
만들었으나 현재 판매량이 목표치의 80% 선에 그치고 있다.

제수용으로 추석 특수를 누려온 탁주는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했다.

서울탁주협회 황승준 계장은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20% 가량 줄어
생산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주류매장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추석 시즌에 비해
위스키 등 고가 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세주를 생산하는 국순당의 한사홍 마케팅 부장은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
은 늘고 있으나 고급 양주에 비해선 신장률이 떨어져 외제를 선호하는
소비 풍토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